제이슨 블룸 “저예산 고집하는 이유? 돈 쏟을수록 예술성 추락”

입력 2018-10-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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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명가’로 통하는 블룸하우스의 대표 제이슨 블룸. 13일 폐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는 “저예산 공포영화로 젊은 관객을 꾸준히 만나겠다”고 밝혔다. 31일 그가 제작한 새 영화 ‘할로윈’이 개봉한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 ‘해피 데스데이’ ‘23 아이덴티티’ ‘겟 아웃’ 만든 공포영화 대가 제이슨 블룸

31일 개봉 ‘할로윈’도 저예산
흥행보다 비평적인 성공 원해
나의 공포물? 트럼프 대통령!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
‘부산행’ 리메이크 고민했지만
원작 못 넘을 것 같아서 포기


영화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새로운 영화는 꼭 챙겨보는 관객에게 블룸하우스 그리고 제이슨 블룸은 신뢰와 기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영화사와 제작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공포영화 명가로 인정받는 블룸하우스를 이끄는 대표 프로듀서 제이슨 블룸은 국내서도 공포영화의 붐을 다시 지핀 ‘인시디어스’와 ‘겟 아웃’ 등으로 흥행사를 써가는 인물. 전 세계 관객을 열광케 하는 히어로무비의 마블스튜디오와 더불어 블룸하우스는 영화 흐름을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31일 신작 ‘할로윈’ 개봉을 앞두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히트 메이커 제이슨 블룸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3일 막을 내린 올해 영화제를 찾은 해외 영화인 가운데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23 아이덴티티’ - ‘해피 데스데이’ - ‘겟 아웃’(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UPI코리아


● “관객을 끄는 영화, 슈퍼히어로 아니면 공포”

제이슨 블룸은 “한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를 가장 발 빠르게 받아들이는 관객이 한국에 다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가 내놓은 ‘23 아이덴티티’와 ‘해피 데스데이’, ‘겟 아웃’은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고, 또 다른 영화 ‘위플래쉬’의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이 한국서 나왔다.

공포영화를 고집하는 제이슨 블룸의 작품들은 대부분 저예산이다. 2000년 처음 블룸하우스가 출범할 때부터 유지한 제작 방식이다. 이유가 있다. “제작비가 높을수록 영화의 예술성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높은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점점 쉽지 않다. 예산이 높으면 그만큼 예술적인 면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가 범한 실수에서 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발전시키고, 뚜렷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실제로 제이슨 블룸의 공포영화는 시각이나 청각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방식과 거리가 멀다. 알 수 없는 심령에 의존한 공포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에 잠재된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사회적인 약자에 시선을 보내거나, 인종의 문제도 비틀어 담는다. 은유가 많은 만큼 관객을 더 자극한다. 스타 배우를 기용하는 일도 거의 없다. 오히려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 스타 반열에 올려놓는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지 몰라도 현재 많은 관객을 끄는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 아니면 공포다. 그래서 우리는 저예산 공포영화에 집중한다. 최대한 많은, 젊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화할 수 있다. 만약 예산을 많이 들이면 다른 영화들과 비슷해질 거다. 나는 독특함을 사랑한다.”

새 영화 ‘할로윈’은 그의 또 다른 야심작이다. 1978년 원작 ‘할로윈’을 잇는 후속편이다.

“상업적인 흥행보다 비평적인 성공을 생각해 만든 작품이다. 우리의 시스템을 실험하고 싶었다.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도 담았다. 주인공은 여성이고, 3대에 걸친 강인한 여성들이 나온다.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된 트라우마와 그 후유증을 보이고자 했다.”

할리우드 공포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대표 제이슨 블룸(왼쪽)-배우 마동석. 사진|부산국제영화제·스포츠동아DB


●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배우? 마동석!”

제이슨 블룸은 할리우드에서 벗어나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 언어로 된 공포영화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제작한 공포시리즈 ‘구울’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해 주목받았다. 물론 한국도 빼놓을 수 없다.

“각 나라의 영화에 블룸하우스의 전략을 살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는 그는 “몇 년 전 한국과 영화 개발을 함께했지만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고, 현재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한국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하니 “지금 공개하기는 성급하다”고 말을 아꼈다.

제이슨 블룸은 한때 ‘부산행’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도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한국배우와의 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가장 원하는 배우로 “마동석”을 꼽은 그는 “한국의 드웨인 존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포영화가 대부분 시리즈로 이뤄지는 만큼 제이슨 블룸의 앞선 히트작들은 곧 후속편으로 관객을 다시 찾는다. 내년 상반기에 ‘23 아이덴티티’, ‘해피 데스데이’ 후속편부터 나온다.

전 세계 관객에 공포심을 안기는 제이슨 블룸은 과연 어디서 공포를 느낄까. 시종일관 웃음 지으며 대화를 잇던 그는 질문을 받고 웃음을 거둔 뒤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라고 짧게 답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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