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더 이스트라이트’ 김창환, 부모의 마음 대신 책임지는 스승이나 되길

입력 2018-10-19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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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더 이스트라이트’ 김창환, 부모의 마음 대신 책임지는 스승이나 되길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K-POP이 유례 없는 전성기를 누리는 가운데 다른 한 쪽에서는 충격적인 학대가 자행되고 있었다.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The EastLight)의 이석철이 지난 4년 간 폭행 및 방조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화려하게만 보이는 가요계의 어두운 면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 이스트라이트의 이석철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의 소속사 미디어라인에서 당한 폭행 및 폭언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이석철이 밝힌 폭행 및 폭언에 대한 증언은 상세했고 4년 동안 집요하게 자행됐다. 2015년 지하 연습실에서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스무대 가까이 때린 것은 물론 쇠마이크 막대기, 철제 봉걸레 자루 등으로 지속적인 폭행이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데뷔곡 연습 당시 프로듀서가 드럼 연주가 틀릴 때마다 이석철의 목에 기타줄을 감고 조르는 것은 물론 김창환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뺨을 서너차례 때리고 다시 야구 방방이를 이용해 때렸다는 것.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폭언도 이어졌다. “대가리 빵구를 내서라도 만들어 놓으라”던 김창환의 발언은 물론 전자담배를 선물받았다며 억지로 이를 경험하게 하는 흡연 갑질도 폭로됐다. 이 모든 일들이 2015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일어난 일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폭언과 폭행을 견뎌온 것은 결국 본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가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김창환의 방해가 앞으로 그들의 음악 인생을 가로 막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두려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미디어라인 측은 “1년 4개월전 더 이스트라이트 담당 프로듀서가 멤버들을 지도, 교육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하였고, 이후 멤버들 부모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김창환은 미디어라인을 통해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을 아주 어린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부모의 마음으로 가르치거나 훈계한 적은 있어도, 폭행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적이 없다”며 “지난 시절 조금 더 세심하게 멤버들을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은 막 시작됐다. 사법기관의 판단 없이 섣부른 결론을 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며 ‘피해자의 증언이 곧 증거’라는 발상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 뮤지션의 꿈과 장래를 책임져야 할 이들이 폭행을 자행하고도 문제가 된 프로듀서의 사표만 받고 “멤버들을 헤아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의 모습과 닮았다.

이런 가운데 ‘부모의 마음’까지 운운한다. 세상 어느 부모가 기타줄로 목을 조르고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가르치나. 부모의 마음은 커녕 이들을 가르치고 길러온 사람으로서 일말이나마 스승의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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