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과 음식선물, 그리고 마취 없는 치과 치료

입력 2018-10-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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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를 찾은 외국인 선수들은 독특한 우리의 배구문화에 놀라는 것이 많다. 우선 힘든 훈련과 빡빡한 경기일정에 혀를 내두르고, 두 번째로 V리그의 잘 짜여진 시스템에 놀란다. 오직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구단의 지원시스템과 매끄럽게 돌아가는 리그의 운영방식에도 만족한다. 세 번째로 놀라는 것은 열광적인 응원과 팬들의 성원이다. 유명 팝스타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받을만한 관심과 쏟아지는 선물공세에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과연 많은 선수들은 팬들이 주는 선물 가운데 정성이 더 들어간 수제음식을 먹기는 하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먹지 않는다. 수제음식은 스태프나 선수단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팬들의 정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 팬들이 선물한 수제 음식을 못 먹는 선수들

바로 도핑 때문이다. 수제음식의 성분 가운데 혹시 도핑에 걸릴 성분이 있는지 여부를 모르기에 시즌 도중 선수들은 외부로부터 제공받는 음식물을 함부로 먹지 못한다. 기성 제품이라면 그나마 안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심해야 맞다. 만일 금지된 성분이 음식에 있는데 선수가 먹고 도핑테스트에 걸렸을 경우 책임은 오롯이 선수가 져야하기 때문이다.

남자구단의 한 사무국장은 “선물을 마련하기위해 노력한 팬들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먹어야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염려해서 이럴 수밖에 없다. 대신 선수들은 항상 팬들의 정성어린 선물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원칙이 모두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조심하기는 하지만 여자구단은 남자구단만큼 선물을 통제하지 않는다. 여자구단의 한 사무국장은 “팬들이 택배나 소포로 보내주는 선물 가운데 음식도 많다. 선수들이 숙소의 자기 방으로 가져가버리면 막을 방법이 없다. 별 탈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간혹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이 보내준 음식선물을 자랑하고 동료들과 나눠먹기도 한다. 비시즌 때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즌 때라면 다르다.

그래서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간혹 선수들에게 통지하고 스태프를 시켜 선수들의 방에서 음식물이 있으면 거둬온다. 도핑도 문제지만 간식을 먹고 체중이 느는 것도 막기 위한 조치다. 대부분 여자팀 감독들은 남자팀들과 달리 이런 세세한 걱정까지도 해야 한다.


● 시즌 중에는 마취 없이 치과 치료를 해야 하는 선수들

비슷한 이유로 선수들은 시즌 때 치과에 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일반인들도 치과는 항상 두려운 곳이지만 시즌 때는 더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가야한다면 선수들은 마취 없이 치료하는 것을 견뎌야 한다. 마취약 성분은 도핑에 걸릴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선수들은 가능하다면 비시즌 때 치과치료를 마치려고 한다. 모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치과치료를 받으러가자 의사와 직접 통화해서 도핑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까지 했다는 일화도 있다.

감기도 마찬가지다. 공기가 탁한 실내에서 오래시간을 보내다보니 건강한 선수들도 가끔 감기에 걸릴 때가 있다. 이 때도 선수들은 감기약을 먹지 않고 자연적으로 치료될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이 해야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선수단의 독감예방주사 맞기다. 감기는 어떻게든 버틴다 해도 독감은 증세가 심하고 숙소생활을 하는 선수단에 쉽게 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주사 맞기는 시즌 준비 과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일정 중 하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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