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참은 엄앵란 “이부자리에서 실컷 울겠다”

입력 2018-11-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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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신성일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아내이자 배우 엄앵란이 발인에 앞서 마지막 인사를 한 후(위쪽) 영화인들이 운구했다(아래쪽).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영화계 큰 별’ 故 신성일 떠나보내던 날

안성기 등 조문객 150여 명 방문

고인을 추억하며 마지막 길 배웅
화장 후 고향인 경북 영천에 안치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영화배우로 산 신성일이 하늘에 잠들었다. 불멸의 스타로 한 시대를 화려하게 살다간 고인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500여 편의 영화 안에서 영원히 숨 쉰다.

4일 타계한 고 신성일이 6일 화장돼 고향인 경북 영천 선영에 안치됐다. 이날 발인에 앞서 오전 10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고인의 아내이자 배우인 엄앵란과 자녀들을 비롯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배우 안성기,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관계자들과 조문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간간이 눈물짓는 이들도 보였지만 그보다 고인의 화려한 발자취를 되새기면서 대스타를 추억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유가족 대표로 추모 인사를 건넨 엄앵란은 “지금은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다”며 “이 세상을 떠나보내면서 울며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울면 그 망자가 걸음을 못 뗀다고 하니 마음 아프더라도 울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은 그는 “집으로 돌아가 밤 12시에 이부자리에서 실컷 울겠다”고 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964년 결혼해 올해로 결혼 54년째인 부부는 말로는 다 못 할 시간을 보냈다. 엄앵란은 그 과정을 “희로애락”과 “엉망진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 둘이서 희로애락도 많고 엉망진창으로 살았다”고 돌이키며 “신성일이 다시 태어나 우리가 다시 산다면 아주 선녀같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최근까지 고인과 교류해온 이야기를 차분하게 꺼내놓았다. 지상학 장례위원장(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은 “(고인은)안성기가 출연하고 이장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를 내년 5월에 촬영한다고 의욕에 차 있었다”며 “그간 영화에서 왕도 돼보고 만인의 연인으로도 살아봤으니 이 세상에 미련두지 말고 가시라”고 추모했다.

빈소에는 영화인은 물론 한때 고인이 몸담은 정치권 인사들도 잇따라 찾았다. 5일에는 고인과 의정활동을 같이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조문해 “고인을 보면 천의무봉(성격과 언동이 자연스러움)이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꾸밈과 거짓이 없고 좋은 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조인성은 빈소가 마련된 직후 조용히 조문하기도 했다.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영화계 대선배의 마지막 길에 인사하기 위해 홀로 빈소를 찾았다.

배우 독고영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 사회를 맡은 배우 독고영재도 고인과의 추억을 꺼냈다. 6일 빈소에서 만난 그는 “4월 함께 식사하면서 5월 선생님 생신에 맞춰 영천에서 다시 만나 제 아버지와 선생님이 겪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었다”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결식은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고인의 영정과 관이 운구차로 옮겨질 때는 눈물을 쏟는 이들이 많았다. 평생 동반자인 엄앵란은 눈물 대신 남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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