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추락한 명가’ 수원, 방향 잃은 그들은 어디로?

입력 2018-11-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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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한때 K리그의 성지였다. 가장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고, 성적 또한 출중했다. 위대한 한 시절을 보낸 수원 삼성이다. 그런데 지금은 초라하다 못해 처량하다. 경기장 N석 스탠드에는 궂으나 맑으나 ‘축구수도’ 걸개가 나부끼지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6라운드 홈경기는 참담했다. 베스트 라인업이 출동했음에도 3-3으로 비겼다. 0-2를 3-2로 뒤집고도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줬다.

스탠드는 차갑게 식었다. 포항 스틸러스(4일·3988명)~울산(3771명)으로 이어진 11월 홈 2연전의 총관중이 80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 이상 ‘축구수도의 축구’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올랐으나 결승행이 좌절된 뒤 수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목표도, 의지도 상실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구석은 정규리그 4위. 그러나 3위권이 확정된 울산의 FA컵 우승을 전제로 ACL 플레이오프(PO) 출전권이 걸린 빅매치에서 수원 수비진은 치명적 실수를 반복했다. 큰 경기, 결정적 순간마다 실책을 범한 이들이 계속 출전하는 것은 과거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빡빡한 일정, 주력선수들의 줄부상, 부족한 대체자원은 K리그 전 구단의 공통적 고민이다.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평에 앞서 팀내 의무·체력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몸값과 퍼포먼스가 비례하지 않는 선수들을 과감히 정리하려는 노력이 우선이지 않을까.

문제는 선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홈 오브 풋볼’을 기치로 내건 구단의 지향점이 모호하다. 팀 운영을 포기한 것은 아니나 그냥 유지하는 듯한 인상이 다분하다. 수백억 원의 적자폭을 줄이려는,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작업이 공감을 얻으려면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옛 영광에 젖은 팬들을 이해시키는 스킨십 역시 필수다.

볼썽사나운 꼴을 자주 연출하는 사무국에도 혹독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모기업이 바뀌는 과정에서 화합 대신 힘겨루기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를 향한 따가운 눈총이 많다. 프로다운 업무추진을 위해선 내부정리가 기본이다. 곪은 부위를 도려내려는 구단 수뇌부, 모기업 차원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

“A부터 Z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수원은 다시 태어난다는 심정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방향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 많은 축구인들의 한탄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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