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드래프트 5라운더 남영길에 기회 준 이유는?

입력 2018-11-12 13:4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모비스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가장 많이 뽑는 팀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무려 5명을 뽑았다. 마지막으로 뽑힌 선수는 상명대 출신의 남영길(25)이었다. 드래프트 전체 43순위이자 5라운드픽. KBL 드래프트 역사상 5라운드에 선발된 선수는 남영길이 최초다.

현대모비스 유재학(55) 감독은 작년 드래프트 당시 “많이 뽑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방출되는 선수도 많다는 뜻이니까…. 그래도 학창시절을 농구에 바친 선수들이니까 1년이라도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드래프트 때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진짜 죽기 살기로 하는 선수는 이대성(28) 딱 한명 봤다. 노력은 본인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남영길은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또 다른 신인들이 입단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처지였다. 남들보다 2~3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남영길에게 팀 선배 이대성과의 동거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 근처에서 이대성과 함께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이대성은 여름 내내 매일 새벽6시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했는데 남영길은 군말 없이 그를 따라 체육관으로 향해 자신의 장기인 슈팅을 갈고 닦았다.

유 감독은 시즌 개막 이전부터 “(남)영길이가 농구는 좀 서툴러도 슛은 괜찮다. 타이밍도 빠르고 자신의 슛에 자신감이 있다”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왔다. 남영길은 1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원정경기에 발목 부상을 당한 김동량(31) 대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까지 이어졌다. 4쿼터 막바지에 코트에 선 그는 4분19초간 뛰면서 자유투로 2점을 올렸다. 남영길의 데뷔전 기록은 2점·1리바운드·1어시스트·1스틸. 드래프트 5라운더의 의미 있는 첫 발자취였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