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오그먼 감독대행 ‘경기마다 선수들과 함께 뛴다’

입력 2018-11-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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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선수 경력의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은 지난주 사퇴한 추승균 감독을 대신해 KCC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자신의 농구 철학을 팀에 서서히 입혀나가고 있다. 용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전주 KCC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 성적 부진으로 추승균(44) 감독이 사임하자 외국인 스테이시 오그먼(50)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오그먼 감독대행은 팀을 맡은 후 2경기 연속 승리하며 팀을 빨리 안정시켰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5시즌을 뛰며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호평을 받은 오그먼 감독대행을 용인 KCC 숙소에서 만나 그가 경험한 한국과 한국농구에 대해 들어봤다. 오그먼 감독대행은 대부분의 질문에 매우 신중하게 대답했다.


-감독대행을 맡은 후 2경기 연속 이겼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선수들이 내가 원하는 부분에 즉각 반응해줬다. 만족한다.”


-코치와 감독대행은 다르다. 부담도 따를 텐데.

“코치는 벤치에서 감독에게 조언하는 역할이고, 감독은 최종결정을 한다. 감독대행을 맡으니 조금 더 심사숙고하게 된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부담도 있지만 팀을 잘 정비하는 게 먼저다. 그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전주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칭스태프 운용 방식이 한국과 미국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감독이 많은 부분을 직접 운영한다는 얘길 들었다. 감독대행을 맡고 미국 스타일로 일을 시작했다. 코치들에게 역할을 나눠주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많이 상의하고, 결정은 내가 하는 식이다. 어느 게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도 상황을 보는 눈은 다를 수 있어 코치들의 의견을 더 들으려 한다.”


-생활패턴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경기 준비하는데 더 시간을 투자한다. 상대 경기를 자주 보며 분석한다. 로테이션, 매치-업, 상대 선수의 습관 등을 더 면밀히 보고 있다. 또한 상대팀 감독의 스타일도 눈여겨본다. 그래야 실전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고, 즉각 대응을 할 수 있다.”


-경기 때 넥타이를 꼭 매고, 벤치 앞에서는 역동적이더라.

“KBL에서 감독들에게 꼭 넥타이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한 내용은 알고 있다. 그러나 넥타이를 항상 하는 건 내 스타일이다. 깔끔한 게 좋다. 벤치 앞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은 내가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에게 좀 더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전주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즌 초반 코치였지만 선수들에게 호통을 친 일화를 들었다.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데 추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한 소리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패했다. 큰소리로 얘기하며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평소 조용했던 내가 강하게 말하니 선수들이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라. (원래 강한 스타일이냐고 묻자) 많이 강하진 않다. 그러나 팀을 지휘하다보면 그래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지금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웃음).”

-한국생활은 어떤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다섯째 아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 아내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하철을 이용해서 여러 곳을 다녀왔다고 한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안전하다. 가족 모두 잘 지낸다.”


-한국 선수를 지도해 본 느낌은.


“한국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강하다. 배우는데 열정이 있고, 한 가지를 알려주면 쉽게 잊지 않고 빠른 시간에 몸에 익힌다. 습득 능력이 좋다. 미국선수들과 비교하면 운동능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패턴 등 약속된 플레이가 막혔을 때 간혹 어려움을 겪기도 하더라.”


-감독대행이지만 앞으로 어떤 팀을 만들고 싶나.


“A매치 브레이크를 통해 경기 템포를 좀 더 높이고, 수비는 약간 수정하려 한다. 최근 빠른 템포의 농구가 현 추세다. 빠른 템포에서 실수가 자주 나오기 마련이다. 조금 더 스마트하게 실수를 줄이는 쪽으로 선수들과 준비하려 한다.”

전주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수 시절 수비로 유명했다. 공격적인 팀 KCC에 수비를 이식할 수 있나.

“팀에 공격적인 선수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수비를 중요시하는 코치다. 공수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떤 수비법을 전수하고 싶나.

“선수 시절 ‘아미바’라는 수비로 미국대학무대를 제패했다. 지역방어인데 선수들에게 이를 알려주고 싶다. 그런데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웃음).”


-감독대행이지만 스스로에게 좋은 기회인데.


“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미래를 봤을 때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대행’이라는 말을 떼기 바란다고 하자) 그럴 수 있도록 KCC를 좋은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용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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