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쁜형사’ 김대진 PD “신하균 연기는 매 순간 어메이징”

입력 2018-11-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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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첫 방송하는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의 연출자 김대진 PD는 영국 BBC 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하며 “버릴 건 버리고 우리만의 것을 만들자”는 결단력을 내세웠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MBC 드라마 ‘나쁜형사’ 연출한 김대진 PD

영드 ‘루터’ 원작…우리만의 것으로
신인 허준우·강이헌 작가 호흡 기대
신하균, 어메이징의 연속 ‘진짜 배우’
다시 잡은 연출 기회 즐겁게 누릴 것


TV를 틀면 장르물이 넘친다. 심지어 오컬트 장르까지 등장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남녀의 사랑, 가족의 반목과 화해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TV 드라마를 든든히 지탱했지만 이제 드라마 장르의 변주는 영화보다 더욱 활발하다.

MBC가 12월3일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나쁜형사’는 최근 잦아지는 장르물의 정점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정의의 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인 형사 앞에 ‘나쁜’이란 수식어가 붙었고, 그 상대역은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천재 여성이다. 국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인공은 경력 18년의 베테랑 김대진 PD다.

방송을 일주일 앞둔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김대진 PD를 만났다. 드라마 촬영은 보통 시간과의 싸움이지만 ‘나쁜형사’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12월 기획에 돌입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친 데다, 9월8일 첫 촬영을 시작한 덕에 이미 7부(14부)까지 마무리했다. 심지어 촬영현장에서 주 68시간 작업 시간을 적용, 실현하고 있다.

그는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여러 함의가 담긴 말이다.

MBC 드라마 ‘나쁜형사’ 연출자 김대진 PD.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사건보다 사람, 관계에 주목”

배우 신하균이 주연하는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나쁜 형사와 사이코패스의 은밀한 공조 수사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영국 BBC 드라마 ‘루터’가 원작이다. 자칫 자극적인 설정으로 비치지만 김대진 PD는 사건 자체보다 인물의 사연과 상처, 관계를 이야기하려 한다.

“작년 12월이었다. (MBC)파업이 끝나고 자체 제작 드라마 기획이 시작되면서 판권을 구입해 놓은 ‘루터’를 집어들었다. 원작을 어디까지 가져갈지 고민했지만 그대로 따르기보다 다른 길에서 재미를 만들고자 했다. 버릴 건 버리고 우리만의 것을 만들자. 그게 진짜 리메이크라고 생각했다.”

‘현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극본을 쓸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한 이들은 신인 허준우·강이헌 작가다. 두 사람은 이번 드라마로 데뷔한다.

김대진 PD는 이들 작가를 “신인 복식조”라고 표현했다. “‘선덕여왕’을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처럼 서로 다른 감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며 “두 작가는 소통이 되는, 무엇보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허준우 작가는 아이비리그에서 10년간 유학하고 대기업을 다니다 작가가 된 이력의 소유자로, 모르는 드라마가 없을 만큼 전부 섭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MBC 드라마 ‘나쁜형사’ 촬영장에서의 김대진 PD(맨 오른쪽)와 배우 신하균(가운데). 사진제공|MBC


● “신하균의 연기, 어메이징!”

‘나쁜형사’ 주연을 신하균이 맡는다고 했을 때 방송가의 시선이 집중됐다. 드라마 선택에 누구보다 까다롭지만 출연작마다 기대 이상 성과를 낸 배우이기 때문이다. 김대진 PD 역시 “연출자도 유명하지 않고 작가도 신인인데 신하균이 과연 할까, 싶었다”며 “‘재미있겠다’는 답이 돌아와서 놀랐다”고 했다.

“신하균의 연기는 매 장면이 어메이징하다. 모든 걸 ‘자기화’한다. 스태프들이 준비하고 있을 때 촬영장에 먼저 와서 공간과 분위기, 공기를 쫙 흡수한다. 그리곤 자기가 뭘 표현해야할지 찾는다. 그래서 우리 현장엔 NG도 거의 없다. 신하균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앙상블도 단단하다. 정승우 촬영감독과 나는 그걸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된다. 그는 진짜 배우다.”

신하균이 맡은 우태석은 전국 강력범죄 검거율 1위에 빛나는 형사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수사를 벌이는 인물.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온 형사와는 개성도, 성향도 다르다. 그의 상대역은 부모를 죽인 혐의를 받는 이설. 그녀는 유일하게 자신을 자극한 신하균의 은밀한 조력자가 된다.

신하균이야 설명이 필요 없지만 상대역인 이설은 아직 낯설다. 김대진 PD의 파격 발탁이자 한 발 앞선 영리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설은 영화 ‘허스토리’ 시사회 때 처음 봤다. 캐스팅할 때 프로필을 살피는데 그 중 이설이 있었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오디션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 뭐가 되도 될 배우겠구나 싶었다.”

2000년 입사한 그는 스스로를 “MBC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라고 칭했다. 조연출 시절부터 남달랐다. 특히 2003년 이재규 감독을 도와 조연출을 맡은 드라마 ‘다모’ 때는 당시로선 낯선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 ‘다모 폐인’을 양산한 주역이기도 하다.

김대진 PD는 ‘나쁜형사’를 두고 “나에게는 보너스 한 판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지만, MBC가 친정권 성향을 보이던 지난 몇 년 동안 그 역시 어려움을 겪은 사실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다시 주어진 연출 기회를 그는 “즐겁게 누리고 싶다”고 했다.

‘나쁜형사’에 대한 평가가 남아 있지만 그는 앞으로 그리고픈 드라마가 또 있다고 했다. “서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큰 서사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며 “남북 관련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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