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진짜’ 전임감독이 필요하다

입력 2018-1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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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 그러나 이 대회 우승을 이끈 한국 야구 첫 ‘전임사령탑’ 선동열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또 다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두 번째 전임감독 선임에 앞서 제반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사진제공|KBO

최근 일본 야구국가대표팀은 내년 3월 멕시코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시즌 개막을 앞둔 일본프로야구(NPB) 선수 중 최정예 멤버로 멕시코 대표팀과 맞붙을 예정이다. 일본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세계랭킹 2위에 올라있는 야구 강국이다. 중남미의 강호 멕시코는 6위에 랭크돼 있다.

세계랭킹 2위와 6위의 대결. 마치 축구대표팀간의 A매치 예고를 보는 듯 하다. 야구도 올림픽, WBSC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대형 국제 이벤트를 앞두고 국가대항 평가전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모두 대회 개막 직전 치르는 경기다.

일본이 기획한 멕시코전은 축구 A매치처럼 야구 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의 경기력과 흥행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벤트다. 2020년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대비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본의 전임감독제는 한국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전 국민적인 지지와 응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야구도 2017년 체계적이고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유지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운영 시스템과 지원 등에서 많은 아쉬움이 존재했다.

일본 이나바 아츠노리 전임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이름뿐이 아닌 진짜 전임감독제가 필요하다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츠노리 대표팀 전임 감독은 지난달 콜롬비아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세계야구 선수권 대표팀을 지휘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국제야구 흐름을 읽고 국가대항전 감각을 유지한 시간이었다. ‘사무라이 재팬’은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일본으로 초청해 이벤트 경기도 치렀다.

한국은 전임감독제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치렀지만 대회별 감독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감독을 제외하면 전임 코칭스태프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전력분석 팀장도 현직 방송사 해설위원이었다. 2017년 3월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처참한 실패 이후 전임감독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담 팀이나 시스템은 완비되지 못했다.

한 원로 야구인은 “선동열 전 감독은 대회가 없을 때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외 야구 흐름이나 전력분석자료 여론 등을 전달할 전담 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야구 대표팀도 브랜드가 필요하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야구대표팀 브랜드를 앞세워 전 국민적인 성원과 함께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사무라이 재팬 유니폼 등 관련 용품 판매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2009 WBC를 앞두고 팀 공식 명칭을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정했다. 대회를 앞두고 하라 타츠노리 대표팀 감독과 오 사다하루 전 감독이 야구 배트를 든 무사 그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일본은 프로선수들이 선발되는 A대표팀 뿐 아니라 U-12, U-18, U-23 등 연령별 대표팀과 여자야구대표팀도 모두 사무라이 재팬으로 부르며 각 팀에 각각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푸른색을 상징으로 하는 전통이 있지만 내세울 브랜드가 없어 마케팅 효과도 미비하다. 야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푸른 도깨비’등을 브랜드화해 팬들의 응원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연봉 및 처우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높여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연봉을 2억원으로 소개했다. 어지간한 프로감독 보다도 못한 대우다.

또한 국가대표 상비군을 선발해 자긍심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야구대표팀은 내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WBC, 2022년 아시안게임 등 매해 국제대회가 이어진다. 대회에 따라 선발 기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연령대별 상비군을 선발 유지하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이 멕시코를 불러 경기를 하듯, 가능하다면 A매치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베테랑 선수는 “국제대회 성적이 곧 리그 흥행과 연결된다”며 “대표팀 상비군을 뽑아 KBO 리그 경기 때 유니폼과 장비에 태극기를 넣을 수 있는 특혜를 준다면 선수가 느끼는 소속감과 자긍심이 굉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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