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천하의 도끼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요 (ft.말조심)

입력 2018-12-04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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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도끼가 언론과 대중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 신곡 ‘말조심’을 통해 그의 어머니를 둘러싼 사기 논란을 수습하고 이에 대한 랩을 발표한 것.

지난달 26일 온라인상에는 도끼의 모친에게 천만원을 빌려준 후 연락이 두절돼 이를 받지 못했다는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과거 도끼 모친이 레스토랑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500만원 씩 두 차례 돈을 빌려갔으나 이를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도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나는 이 사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상대를 잘 못 골랐다. 못 받은 돈이 있다면 나에게 와라. 우리 가족은 잠적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할 말은 하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하겠다. 우린 힙합이니까. 그리고 난 미국으로 도망간 적도 없다. 돈을 빌려 갔다고 하는 건 20년 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중의 공분을 산 것은 채권자에게 직접 돈을 받으러 오라고 도발하는가 하면 “불만 있으면 여기 와서 이야기하라. 1000만 원으로 우리 인생이 바뀔 것 같냐”라는 말과 더불어 한달 밥값 정도에 불과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도끼와 A 씨는 각각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당 논란을 진화했다. 여기에 도끼는 30일 “긴 말은 곡에서 하겠다. 그냥 래퍼로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고 밝힌 후 ‘말조심’이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사진│도끼 인스타그램


‘말조심’ 속 도끼의 랩은 역시 감성팔이 없이 실력 하나로 억대 스포츠카와 명품 시계를 모은 인물답다. 자신의 인성을 함부로 언급한 대중과 언론에게 일침을 날리는 내용인 만큼 분노에 가득 찬 래핑이 인상적이다. 마치 마운드에 선 투수가 구위와 구속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듯 한 곡이다.

가사 역시 도끼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힙합이 만만해 보이면 너도 해봐’, ‘기자들은 기자했고 헤이터들은 hate thats all 시간 낭비 이제 됐고 오늘부로 imma let go’라고 말한다. 도끼의 분노와 부들거림이 느껴진다.

래퍼가 아닌 이들에게 ‘힙합이 만만해 보이면 너도 해봐’라는 부분은 마치 한 축구 국가대표가 말했던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를 연상시킨다. 랩을 못해서 대다수의 대중은 래퍼가 아니고, 그래서 도끼의 랩을 돈 주고 들어왔던 것이다. 이를 두고 ‘네가 해봐’라니 유치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도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소위 광역 도발을 걸어놓고 ‘기자들이 기자했다’고 표현한다. 육식 동물에게 고기를 던져놓고는 가만히 지켜보고 먹지 말았어야 한다는 건가? 그래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한 방식이 잘못됐다고 모두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끼는 이 ‘말조심’이라는 곡에서 또 여러 래퍼들의 이름을 부른다. 진짜 자신을 알고 아껴주는 사람들만 안고 가겠다는 의미다. 맞는 말이다. 모두가 그를 좋아할 수 없기에 이런 삶의 태도는 본받을 만 하다. 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도 있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논란에서 그를 지적한 이들을 모조리 ‘헤이터(hater)’로 보고 응원하는 이들은 진짜 팬이라고 부르며 ‘ i love u’ 타령하는 것도 경솔하다. 전형적인 흑백논리와 편가르기다.

사진│스포츠동아DB


이처럼 그는 ‘말조심’에서 구구절절 분노를 쏟아내고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모든 행동이 ‘효심(孝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도끼는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우리 엄마 뒤를 지킨 것뿐’이라는 가사를 통해 인스타 라이브에서의 모든 말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도끼가 꾸준히 보여준 분노도 이해가 간다. 래퍼 에미넴 역시 ‘Mockingbird’라는 곡에서 딸 헤일리에게 사준 앵무새가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목을 부러뜨리고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이 나지 않으면 보석상에게 그 다이아몬드를 삼키게 하겠다는 내용의 가사를 쓴 적이 있다. 이처럼 내 가족이 불이익을 받는데 차가운 이성을 유지할 아들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도끼의 발언과 광역 도발이 정당화 되진 않는다. 팩트는 과거 도움을 준 사람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조롱하고 여기에 ‘말조심’을 통해 언론과 대중을 다시 한 번 조롱한 것이다. 결국 도끼의 ‘말조심’은 ‘래퍼가 래퍼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의 결과물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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