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 FA협상 장기전으로 돌입

입력 2018-1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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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와 양의지가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구단이나 선수 모두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업가였던 1987년 쓴 ‘거래의 기술’은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다. 이 책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거래 성사를 더 원하는 사람이 결국 협상에서 진다’는 사실이다.

두산 베어스는 베테랑 프런트가 즐비한 구단이다. 선수 출신인 김태룡 단장은 30년을 뛰어넘는 프런트 경력을 갖고 있다. 매년 수 십 명의 선수와 연봉 협상을 해온 협상의 달인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로 불리는 양의지(31) 역시 매우 똑똑한 선수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협상은 에이전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가 맡고 있지만 결정은 양의지의 몫이다.

두산과 양의지측은 4일 세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그러나 구체적인 거래는 이번에도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양 측은 무심한 듯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데 더 집중했다. 거래의 기술을 정석대로 따른 듯한 냉정한 협상이었다.

두산과 양의지의 협상은 이렇게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두산은 양의지 잔류계약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스스로 세운 금액의 원칙을 무너트릴 생각은 없다. 제시할 수 있는 1차 조건과 함께 이 메시지는 이미 전달됐다. 박세혁이라는 훌륭한 백업 포수를 보유하고 있고 내년 말 이흥련도 경찰야구단에서 전역한다. 꾸준히 포수전력 보강에 공을 들인 결과다. 양의지의 빈 자리를 모두 다 할 수는 없지만 준수한 대체 전력을 가진 자신감이 협상에 반영되고 있다.

양의지도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산과 협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참전을 주저했던 구단이 적극적으로 달려들 가능성도 있다. 포수보강이 절실한 롯데 자이언츠는 내부육성으로 기울고 있지만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구단주의 생각이 달라 질 수도 있다.

양의지는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상식장에서 “김태형 감독님께서 어릴 적부터 키워주셨는데 (올 시즌) 마지막에 웃게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앞으로 웃을 일이 많도록 해드리겠다”는 말도 했다. 친정 두산에 전하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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