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PMC: 더 벙커’, 배우로 제작자로 무려 5년의 시간을 공들인 결과물”

입력 2018-12-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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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과 하정우, 연출자 김병우(왼쪽부터) 감독이 의기투합한 영화 ‘PMC: 더 벙커’의 첫 시사회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하정우가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새 영화 ‘PMC: 더 벙커’ 시사회서 만난 1억 배우 하정우

김병우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
제작자로도 참여 아이디어 개진
동시다발 전투신 촬영 땐 애먹어
90% 영어대사…눈이 돌아갈 뻔


하정우(40)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겨울과 올해 여름 저승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더니 이번엔 DMZ 지하 30미터의 비밀벙커로 시선을 이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 뒤섞여 벌이는 실시간 전투 액션이 하정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런 작업을 두고 하정우는 “행운”이라고 했다.

여름과 겨울, 극장에서 하정우의 영화를 만나지 않으면 왠지 어색하다. 그만큼 텐트폴 영화의 주연으로 자주 활약해왔고, 대부분 흥행한 덕분이다. 그런 하정우가 26일 새 영화 ‘PMC: 더 벙커’를 내놓는다. 의료보험 걱정, 추방 걱정, 자식 걱정하는 ‘무국적자’들로 이뤄진 군사기업 용병들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미터 벙커에 투입돼 벌이는 생존액션을 다룬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19일 서울 용산CGV에서 시사회를 통해 이야기를 공개한 하정우는 “영화를 준비하는 5년간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계속, 매번, 매년, 더 재미있는 걸 찾아 완성한 결과물이자 고민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정우는 영화 ‘PMC: 더 벙커’에서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 용병 팀장 역으로 치열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하정우…주연 넘어 영화 제작까지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 배우로 통하는 하정우가 무려 5년의 시간을 투자하고 기다린 끝에 완성한 ‘PMC: 더 벙커’는 그 출발부터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안긴다. 마포대교 폭파 테러를 실시간으로 담아낸 독특한 설정으로 55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년)를 함께한 김병우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해 준비해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를 끝내고 감독은 물론 제작진과도 ‘또 같이하자’고 약속해 여기까지 왔다”며 “5년이란 시간에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컨디션이 어떤지, 요즘은 뭘 고민하고 있는지, 늘 함께 대화해왔다”고 돌이켰다.

하정우는 자신이 이끄는 영화사 퍼펙트스톰필름을 통해 제작까지 맡았다. 영화에 이름을 올린 3인의 공동 제작자 가운데 하정우도 포함돼 있다. 주연배우를 넘어 제작자로서도 역량을 드러내면서 ‘제작하는 배우’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하정우는 “제작자로서 각오는 사실 영화를 내놓는 주연배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이번 영화에서 제작자로서 역할이라면 극의 배경인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대화한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 대사 90% 영어로 소화…“눈 돌아갈 뻔”

영화의 배경은 근미래인 2024년이다. 남북한 화해 무드 아래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미국의 실업 사태도 심각해진다. 재선에 도전하는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설정이지만, 이야기나 등장인물은 상상을 더한 허구로 채웠다.

하정우는 팀을 이끄는 캡틴 에이헵 역할. 전직 특수부대 요원으로 낙하산 훈련 때 동료를 구하려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인물이다. 실패를 모르는 그는 CIA의 의뢰로 북한 고위 장성 납치 작전을 벌이지만 느닷없이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나타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든다.

‘PMC: 더 벙커’는 선거 이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CIA의 입장, 북한을 흡수하려는 중국의 무차별 공격, 총탄이 난무하는 벙커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전투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화면을 분할하고 쪼개면서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촬영 기법은 배우들에게도 상당한 어려움을 안겼다. 전투의 컨트롤타워이기도 한 하정우는 “정신이 없었다”며 “모니터마다 번호를 쓴 A4용지를 붙여놓고 촬영 순서대로 들여다보면서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영화 ‘PMC: 더 벙커’에서의 하정우(가운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영화의 대사 90% 이상을 영어로 소화한다. 워낙 영어에 능숙하지만 이를 영화 안에서 연기로 풀어내는 과정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일본어 대사를, 영화 ‘두번째 사랑’에서 영어로 모든 대사를 소화한 바 있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더 셌다.

“몇 번 외국어 대사를 한 경험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다이얼로그 코치가 내 발음을 지적할 때면 정말 눈이 돌아갈 뻔했다. 하하! 촬영을 시작하기 4개월 전부터 시나리오에 대한 본격적인 독해를 시작했고, 3명의 코치를 두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하정우는 촬영 전 한 달 동안 홀로 외국에 나가 시나리오를 독파했다. “군사용어도 많고 남자들만의 줄임말도 많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준비한 작품을, 경쟁이 가장 치열한 12월에 내놓는 하정우는 어떤 마음일까. 19일 먼저 개봉한 송강호의 ‘마약왕’, 도경수의 ‘스윙키즈’의 뒤를 이어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흥행은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한다고 얻는 것도 아니다”며 “관객의 칭찬이 힘을 주지만 한편으론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얼마나 흥행할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하정우

▲ 1978년 3월11일생
▲ 중앙대 연극학과
▲ 2002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
▲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첫 주연
▲ 2008년 ‘추격자’로 첫 스크린 흥행
▲ 2009년 영화 ‘국가대표’로 첫 1000만 관객 동원
▲ 2011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 2012년 다큐 영화 ‘577 프로젝트’ 기획
▲ 2013년 영화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
▲ 2015년 영화 ‘암살’ 및 2017년, 2018년 ‘신과함께’ 시리즈로 ‘1000만 클럽’ 가입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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