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돌아본 2018년 KBO리그

입력 2018-12-2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의 연이은 경사 속에 그 직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호황을 10년 넘게 누렸다. 몇몇 지방 구장은 최신식으로 탈바꿈했고, 리그는 10개 팀으로 확장됐다. 연속적인 국제대회 호성적은 야구팬들의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슈퍼스타들을 배출했다. 일부 스타들의 몸값은 4년 기준 100억원을 돌파했다.

폭발적 인기만큼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WBC에서 대한민국은 2013년과 2017년 잇달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선수들의 사회적·도덕적 책임감은 연봉 상승속도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환희와 위기가 공존했던 2018년 KBO리그는 이 같은 갈등의 불씨가 큰 폭발로 이어진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KBO리그는 더 큰 도약과 퇴보의 갈림길에서 2019년을 맞는다. 2018년 KBO리그를 10명의 인물로 되돌아봤다.


① ‘국보’ 선동열 감독의 퇴장

선수시절 ‘국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던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의 자진사퇴는 KBO리그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여러 메시지를 전했다. 선 전 감독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야구대표팀을 맡아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오지환(LG 트윈스) 등 군 입대를 미루다 대표팀에 선발된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뜨거웠다.

금메달 획득 이후에도 대회기간 기대에 못 미친 경기내용 등이 더해져 논란은 확대됐다. 급기야 전 종목을 통틀어 국가대표 감독으로는 처음 국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려나갔다. 생중계된 손혜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는 ‘정치인의 야구 모독’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선 전 감독은 정운찬 KBO 총재가 국정감사 당시 전임감독제에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자 자진사퇴를 결심했다. KBO는 장고 끝에 기술위원회 부활과 전임감독제 유지를 발표했다.

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② KBO 커미셔너 정운찬

2018년 1월 3일 정운찬 총재가 취임했다. 전임 구본능 총재는 범 LG그룹 오너 일가의 핵심적 인물로, 구본준 LG 트윈스 구단주의 친형이다. 정 총재는 국무총리를 지낸 신망 높은 인사였지만, 구 전 총재와는 전혀 다른 포지션에서 각 구단을 상대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 정 총재는 스스로 “커미셔너로 불러달라”며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임기 첫 해 AG 대표팀 선발, 전임감독 사퇴, 국정감사 발언 등으로 인해 칭찬보다는 비판에 더 익숙해야 했다. 임기 2년째인 2019년은 어떨까.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③ 웃지 않은 MVP 김재환

김재환(두산 베어스)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왕에 오른 데 이어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MVP 선정 직후 아직 1군 주축선수가 아니었던 2011년 파나마야구월드컵 출전 당시의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과거가 다시 부각됐다. 김재환은 일부 팬들의 비난 여론을 존중했고, 시상식에서 기쁨이 가득한 미소가 아닌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다.

트레이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④ 진짜 ML 야구 보여준 트레이 힐만

KBO리그의 첫 미국인 사령탑이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롱볼’ 추종자였다. 그 영향으로 ‘메이저리그 야구는 롱볼’이라는 오해도 스며들었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최근 미국야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야구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가을야구에서 제대로 보여주며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과 일본에서 지도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힐만 전 감독은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수비 시프트, 파격적 엔트리 구성 등 고품격 야구를 선물하고 떠났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⑤ 월드시리즈 선발투수 류현진

류현진(LA 다저스)은 10월 25일(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선발로 등판한 첫 사례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을 맡은 류현진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빅게임 피처’로 인정받으며 맹활약했다. 이에 앞서 김병현(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박찬호(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선발투수는 아니었다. KBO리그 출신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류현진은 다시금 한국 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장석. 스포츠동아DB


⑥ ‘빌리 장석’의 추락과 배신

KBO는 11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에게 영구실격 징계를 내렸다. 복권은 불가능하다. 구속수감 중인 이 전 대표는 그동안 KBO에 신고하지 않고 각 구단과 현금 트레이드를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히어로즈의 보유 지분과 관련해서도 법정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때 혁신적 구단 운영의 성과를 인정받아 ‘빌리 장석’으로 불렸지만, 그의 추락과 배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⑦ ‘베이징 키드’ 제2기 넘버원 강백호

열아홉 고졸 신인이 날린 29개의 홈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직후 야구공을 잡은 ‘베이징 키드’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KBO리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곧장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라는 대형선수가 탄생했다. 2018년 그 뒤를 이은 베이징키드 제2기의 선두주자는 강백호(KT 위즈)였다.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최다인 29개의 홈런을 치며 당당히 신인왕에 올랐다.

양의지. 스포츠동아DB


⑧ 양의지와 에이전트 시대의 개막

두산은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양의지에게 4년 동안 보장금액 110억원, 성적에 따른 옵션 10억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보장금액 125억원이 적힌 계약서를 내민 NC 다이노스를 선택했다. 두산 관계자는 “협상 기간 양의지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모든 협상은 에이전트와 했다. 만약 에이전트제도 도입 전이었다면 양의지는 11년을 함께한 정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에이전트제도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엿볼 수 있는 힌트다.

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⑨ 프로야구선수의 품격 보여준 이영하

이영하(두산)는 지난 4월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직후 구단에 이를 알렸다. 좋지 않은 일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피하는 것보다는 빠른 신고로 의무를 다했다. KBO는 시즌 종료 후 이영하에게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하는 곧장 전액을 기부했다. 모처럼 프로야구선수의 품격을 보여준 미담의 완성이다.

SK 염경엽 신임 감독(왼쪽)-롯데 양상문 신임 사령탑. 스포츠동아DB


⑩ 염경엽·양상문이 연 ‘GM 출신 감독’ 시대

포스트시즌 종료 후 SK는 염경엽 단장을 새 감독으로 발표했다. 그에 앞서 롯데는 LG 양상문 단장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선수 출신 단장이 주류로 등장한 KBO리그에서 단장 출신 감독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다. 염 감독은 사령탑으로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양 감독은 친정 롯데의 부활을 노린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