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페르 라셰즈’…역사 속을 거닐다

입력 2019-0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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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망우묘지공원 사색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근현대사 인물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시인 박인환, 가수 차중락의 이름이 눈에 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한국 근현대사 품은 서울 나들이 명소, 망우묘지공원 ‘사색의 길’ 강북구 ‘초대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

한용운·방정환 잠든 망우묘지공원
봉화산∼용마산 트레킹 코스 일품
한국 초대 인물 묘역 모인 ‘초대길’
‘우리옛돌박물관’ 유니크한 매력도


요즘 같은 신년 초에는 새해 포부도 다지고 추위로 움추렸던 기분을 재충전 할 겸 가까운 지역의 나들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답게 서울에는 가슴 시원한 전망과 함께 우리 근현대사의 문화, 역사 탐방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들이 있다. 망우묘지공원 사색의 길과 강북구 초대길이 대표적이다. 각각 풍광 좋은 망우산과 북한산에 위치한 이곳들은 파리의 관광명소 페르 라셰즈를 떠올리게 한다.


● 한용운부터 박인환, 차중락까지…망우묘지공원 ‘사색의 길’

‘어, 거기 공동묘지 아냐’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곳이다. 서울과 경기도 구리시를 연결하는 중랑구 망우산 자락에 있는 이 공원은 1933년 개장해 한 때 4만7000여기까지 묘가 있었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동묘지였다. 지금은 많이 이장해 약 7500여기 정도가 남아있다. 대신 산허리를 끼고 도는 5.2km의 산책로가 ‘사색의 길’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사색의 길’은 인근에 있는 봉화산 아차산 용마산 등을 묶어 부담없이 나설 수 있는 경 트레킹 코스다. 구리시와 잠실 송파 지역 등을 한강을 끼고 한눈에 내려다 보는 역사전망대와 가까이는 봉화산, 멀리 북한산에 이르기까지 강북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중랑전망대 등 멋진 뷰 포인트도 2개나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망우묘지공원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곳에 잠들어 있는 우리 근현대사의 인물들이다. 파리 페르 라셰즈에 쇼팽과 발작,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 잠들어 있다면, 망우묘지공원에서는 만해 한용운부터 소파 방정환, 시인 박인환, 화가 이중섭, 가수 차중락 등을 만날 수 있다.

가수 박인희의 목소리로 ‘목마와 숙녀’를 들을 수 있는 박인환의 묘, 자신의 대표작 ‘남으로 창을 내겠소’처럼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잡고 남쪽 한강을 바라보는 김상용의 묘, 묘비 뒤편에 적힌 “동무들아”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소파 방정환의 묘 등이 방문객에게 무언의 대화를 건네는 곳이다.

북한산 초대길에 있는 이준 열사 묘. 우리에게는 헤이그 특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1896년 한성재판소 검사보를 지낸 한국 사법부 초대 검사이기도 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우리 근현대사를 걸으며 되새긴다…초대길

삼각산(북한산)을 품고 있는 강북구에 새로 조성한 둘레길 코스다. 초대길이란 이름은 이곳에 대한민국 초대 검사인 이준 열사를 비롯해 초대 국회의장 신익희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초대 부통령 이시영 선생 등 우리 근현대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이들의 묘역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광복군으로 해외에서 전사한 애국선열 17위를 모신 광복군합동묘역도 있다.

북한산 지역의 여러 둘레길 중에 초대길은 그리 길지도, 난이도가 높은 코스도 아니다. 1.3km 정도여서 약 30분 안팎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물론 인근 4.19 민주묘지, 근현대사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화계사까지 간다면 반나절 정도는 투자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도심서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한 정취가 매력이다. 길이 평탄하고, 주변 경관이 아기자기해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 자녀와 함께 이곳을 걸으며 중간 중간 만나는 묘역의 설명을 읽다 보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역사공부도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인 우리옛돌박물관의 야외전시장 입구.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그래도 아쉽다면 이곳을…우리옛돌박물관

서울에는 다양한 주제의 민간 박물관들이 있다. 북악산 중턱 성북구 대사관로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도 그 중 하나이다. 서울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을 뜻하는 ‘서울 유니크베뉴’ 중 하나이다. 국내 최초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으로 1300여 점의 석조유물과 전통자수 300여점, 한국 근현대 회화 1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1만818m²로 부지도 제법 넓어 각종 석물로 꾸민 야외정원을 거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루프탑의 서울 시내 전망도 범상치 않다. (#월요일이 휴관인데, 현재 동절기를 맞아 14일까지 임시휴관중이다.)

망우묘지공원 중랑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멀리 북한산 자락이 선명하게 보인다(위쪽). 북한산 초대길에 있는 광복군합동묘역. 17위의 애국선열을 모신 이곳은 초대길 탐방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추모의 예를 갖추는 곳이기도 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페르 라셰즈 (P’ereLachaise Cemetery)

파리 동쪽 20구에 있는 정원식 공동묘지다. 1804년 나폴레옹에 의해 조성됐는데 시내 중심부에서 너무 멀다는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개장 초 우화작가 라퐁텐과 극작가 몰리에르 같은 유명인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해 홍보를 한 것이 오늘의 명성을 낳는 시초가 됐다. 현재 페르 라셰즈에는 쇼팽, 발자크, 들라크루아, 오스카 와일드, 이사도라 던컨,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땅, 짐 모리슨 등이 묻혀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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