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6위로 끝난 키움의 2012년이 낳은 유산

입력 2019-01-09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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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의 2012년(넥센과 메인 스폰서십 시절)은 용두사미였다. 36경기를 치른 5월 23일까지 21승14패1무(승률 0.600)를 기록, 2위 SK 와이번스(승률 0.575)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009년 4월 19일 이후 1133일만의 단독 선두였다. 8연승을 달린 키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6월부터 90경기 승률 0.432로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결국 키움의 최종 순위는 6위. 김시진 당시 감독이 시즌 막판 경질되는 아픔까지 걸었다. 시즌 초반 질주로 선두까지 올랐으나 내리막 후 가을야구 실패, 그리고 감독 경질. 일반적인 기준에서 키움의 2012년은 실패였다.

하지만 키움의 2012년은 미래의 자양분을 다지는 시기였다. 대한민국 대표 4번타자 박병호(33)가 본격적인 기지개를 켠 시기다. 2011년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하며 가능성을 보였던 박병호는 2012년 전경기(13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전 소속팀 LG 트윈스 시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도 없던 박병호의 반전이었다. 박병호는 2014~2015시즌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넘으며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성공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키움에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약 148억 원)를 건네줬다. 키움이 박병호로 얻은 ‘가욋돈’이었다. 이밖에도 아무런 기대가 없던 육성선수 서건창이 타율 0.266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고, 6년차 장수 외인 앤디 밴헤켄의 신화가 시작된 첫 시즌이기도 했다. ‘이들을 두고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나’라는 지적이 따를 수도 있지만, 2012시즌 경험을 쌓은 이들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앞장섰다.

무형의 가치도 있다. 당시 KBO리그 신인 1차지명 방식은 전면드래프트였다. 전 구단이 연고지에 상관없이 전년도 순위대로 신인을 뽑았다. 하지만 연고지 학교 지원 소홀 등을 이유로 2014시즌부터 1차지명이 부활했다. 두산 베어스와 LG, 키움은 2012년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권을 가져갔다. 당시 두산이 3위, 키움이 6위, LG가 7위를 기록했다. 2014시즌 서울권 1차지명 순서는 LG~키움~두산이었다. 이듬해는 키움, 그 이듬해에는 두산이 1순위를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키움은 2014년부터 임병욱~최원태~주효상~이정후~안우진을 지명했다. 이들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총합은 15.52. 같은 기간 두산(0.79), LG(-0.71) 1차지명자들의 합과 비교할 수 없다. 물론 키움 스카우트들의 안목에 적합한 육성방식이 더해져 나온 결과이지만, 지명순위의 공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KBO리그의 성패는 한 시즌 순위로 갈린다. ‘비정규직’인 감독들은 한두 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다면 당장의 계약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패한 시즌’이 몇 년 뒤 어떤 나비효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론적이지만 2012년 키움을 실패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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