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츠마부키 사토시 “하정우 형과 10년 우정…다음 작품은 형제 역할 어때요?”

입력 2019-01-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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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아이콘’에서 무게감 있는 배우로 변신 중인 츠마부키 사토시. ‘워터보이즈’ 속 미소는 그대로인 채 어느새 불혹을 앞둔 배우가 됐다. 그는 “동안에 저항하기 위해 수염도 기르고 있다”면서도 “39살인 지금도 젊은 역할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7일 영화 ‘우행록’으로 한국관객 만나는 츠마부키 사토시

국내선 ‘워터보이즈’로 팬덤 형성
한일합작 ‘보트’서 하정우와 인연
더 깊어진 연기력 ‘우행록’서 절정
“섬세한 한국관객 평가 받고 싶다”


“한국영화의 장점은 섬세한 심리묘사 아닌가. 섬세함을 좋아하는 한국 관객은 분명 ‘우행록’의 진가를 알아봐 줄 거라 믿는다.” 일본배우 츠마부키 사토시(39)가 새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을 17일 국내 관객에 내놓는다. 작품성 짙은 영화부터 대중적인 드라마를 넘나들며 일본 영화계를 이끄는 그가 실력을 더한 연기 욕심을 이번에 또 한 번 쏟아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내한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일본 개봉 당시 제한적으로 상영되면서 아쉬움이 남았다”며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했다.


● 2000년대 일본영화 주역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국에도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다. 2000년대 초반 ‘워터보이즈’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조제) 등 영화가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다. 당시 다양한 일본영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도 따른다. 20대 초반에 이미 대표작 여러 편을 내놓은 츠마부키 사토시가 이제 불혹을 앞둔 나이가 됐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딱히 ‘틀렸다’고 할 건 없다. 다만 주변의 평가를 통해 실패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실패가 있어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조제’를 찍을 땐 22살이었다. 뭣도 모르고 행복했지만(웃음), 그렇게 20대 후반이 되니 영화로 얻은 지식이나 경험에 얽매이게 되더라. 과거의 평가에 집착하면서.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나보다.”

배우들의 이런 고민은 결국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이나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자신의 ‘눈높이’를 올리는 계기가 된다. 츠마부키 사토시도 마찬가지다. “30대가 되니 유치하면 어떻고 아이 같으면 어떤가, 그냥 흐름에 자신을 맡겨 편안하게 연기하자”는 마음이 커졌다는 그는 실제 ‘분노’ ‘악인’ ‘갈증’ 등 최근 참여한 영화로 때론 과감하게, 때로는 진솔하게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일본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배우로서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가령 ‘분노’에선 성소수자 역할을 맡았는데, 그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전엔 나도 편견을 갖고 있었다. 연기자로서 사람과 사회를 제대로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비판하는 건 또 얼마나 어리석인 일인지 깨달은 계기였다.”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의 츠마부키 사토시.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새 영화 ‘우행록’은 더욱 단단해진 츠마부키 사토시를 확인하는 무대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살인사건 1년 뒤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숨겨진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과연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우리 사회’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탄탄한 구성과 압도적인 반전으로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일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도 소설의 힘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관객을 빨아들인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시나리오가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원작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감독의 존재가 컸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단편을 보고 놀랐다. 기존 일본영화는 뜨거운 온도가 느껴지는 반면 감독의 작품은 차갑다. ‘우행록’과 잘 어울렸다. 원작도 훌륭하다. 사람이 상대에게 갖는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는지, 보이는 대로만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원작을 읽고 알았다.”


● ‘청춘 아이콘’에서 무게감 있는 배우로

츠마부키 사토시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워터보이즈’ 속 모습을 기억한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불혹을 앞뒀지만 지금도 소년 같은 미소는 여전하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동안’이다. 20년 가까이 크게 변하지 않는 외모 비결을 묻자, 그는 손을 턱밑 수염에 가져다 댔다.

“동안에 저항하려고 이렇게 수염도 기르고 있다. 하하하! 한국 분들은 피부에 민감하지만 나처럼 피부 자체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낫다. 어려 보여서 가장 역할은 들어오지 않지만 좋을 때도 있다. 39살인 지금도 젊은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하하!

한일합작 영화 ‘보트’에서의 츠마부키 사토시(오른쪽)와 하정우. 사진제공|크라제픽쳐스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국배우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특히 2009년 한일합작 영화 ‘보트’를 함께한 하정우와는 10년째 우정을 잇고 있다. 하정우를 우리말로 “형”이라 부른다.

“다른 나라 배우 가운데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생긴 건 하정우 형이 처음이었다. 함께 영화를 한 게 벌써 10년 전이다. 영화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그때 없던 나의 얼굴을 형에게 보이고 싶고, 하정우 형도 10년 동안 어떤 배우로 바뀌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만약 다시 영화에 함께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상황을 그리고 싶은지 물었다. “형제 역할도 가능하다”는 그는 “내내 함께하는 버디무비를 해도 좋겠다”고 했다.

일본은 물론 한국 관객도 그의 연기를 보며 자극받고 위로받는다. 정작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건 어떤 존재일까.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연기하는지 생각할 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자체로 행복하다. 그 느낌을 얻기 위해, 지금도 연기를 한다.”


● 츠마부키 사토시

▲ 1980년 12월13일생
▲ 1998년 후지TV 드라마 ‘멋진 나날들’ 데뷔
▲ 2002년 영화 ‘워터보이즈’ 주연,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남우주연상
▲ 2004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주연
▲ 2011년 영화 ‘악인’ 주연, 일본 아카데미상 남우주연
▲ 2017년 영화 ‘분노’ 주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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