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골든타임 놓치나…올겨울, 선수협의 헛스윙 세 개

입력 2019-01-21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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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 “이대로면 골든타임이 지나간 것 아니겠나.” 한 원로 야구인이 최근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KBO 사이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논의를 지켜본 뒤 내뱉은 탄식 섞인 말이다. 지난해 10월, KBO 이사회는 ‘FA 총액 80억원 상한’을 포함해 FA 등급제, 취득기간 단축 등을 제안했다. 선수협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이를 거부했다. 대안 없는 반박이었다. 결국 KBO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올겨울, FA는 유례없는 한파에 빠져있다. 당시 등급제가 시행됐다면 조금 더 ‘자유이적’이 가능한 선수들은 행선지를 잃었다. 선수협은 지난 16일, FA 기간 단축 및 보상제도 완화(실질적 등급제 혹은 퀄리파잉 오퍼제) 등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내놓았다. 1차 반박 이후 3개월이 지나고 나온 플랜B. KBO도 지금 당장 도리가 없다. 올 겨울 선수들의 피해는 누구도 보상할 수 없다. 당장 내년 FA 선수들도 올해와 같은 한파를 피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 지난해부터 ‘스프링캠프 선발대’라는 말이 생겼다. KBO는 2017년부터 캠프 시작일을 2월 1일로 못 박았다. 당초 구단들의 캠프 출국일은 1월 15일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1~2월은 비급여 기간이다. 당시만 해도 비정상의 정상화처럼 여겨졌지만, 정작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일부 선수들은 1월 중순 ‘개인 훈련’을 떠났다. 구단의 스프링캠프지에 미리 도착해 적응을 끝내는 방식이다. 항공료야 어차피 나갈 돈이고, 훈련장 사용료도 구단이 낸다. 해당 기간의 숙소 및 식사 등 부대비용만 선수들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구단별 열 명 남짓의 선수들이 선발대로 나간다. 올해도 NC 다이노스(양의지, 모창민 등), LG 트윈스(박용택, 오지환 등) 등 대부분 구단 선수들이 출국길에 이미 올랐다. 엄밀히 따지면 규칙 위반이지만 3월 말 개막에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역대 가장 빠른 3월 23일 개막을 앞둔 올 시즌, 선수협의 유연성을 기대했지만 움직임은 없었다.


# 연이은 헛스윙. 삼진아웃이 눈앞까지 다가왔으니 원로 야구인들이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선수협 회장은 2년 가까이 공석이다. 2017년 4월, 이호준(현 NC 코치) 회장이 물러난 뒤 2년 가까이 임자를 찾지 못했다. 매번 ‘이번 총회에는 회장 선임을 논의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결과는 없다. 올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각 구단의 주장 및 핵심 선수로 구성된 수뇌부 모임에서는 폭탄 돌리기뿐이었다. 총대를 메는 이가 없다. 선출자는커녕 후보도 없다. 리더가 없으니 FA 등 시급한 문제에 통일된 목소리도 없다. 선수들이 불이익을 얻는 것 같으면 공감도 없이 성명서를 내기 급급하지만, 정작 선수협의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에는 침묵한다. 지난해 경찰청 구단 사태에 대해 선수협의 태도는 축구계의 대처와 선명히 비교됐다.

# “선수협 창설은 어려운 동료, 불우한 후배들을 돕자는 취지다. 나같이 연봉 많이 받고 여유 있는 선수들이 앞장섰다.” 1988년 당시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던 고(故) 최동원의 말이다. 최동원의 뜻은 12년 뒤인 2000년, 선수협 결성으로 현실이 됐다. 그리고 2019년, 최동원의 뜻은 온데간데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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