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K리그 은퇴 선수의 인생 이모작을 돕는 손길

입력 2019-01-22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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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올해부터 은퇴를 앞둔 K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연다고 한다. 유니폼을 벗고 사회에 나서는 이들의 진로 탐색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대략 30대 초중반까지 운동만 하다가 막상 그라운드를 떠나는 은퇴선수 대부분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호소한다. 바로 앞에 지도자의 길이 보이지만, 모두가 같은 선택지를 가진 건 아니다. 이름깨나 있는 선수 또는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한 선수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한정된 일자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포츠 이외의 영역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이 어색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퇴선수의 취업 현황을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퇴선수의 실업률은 2015년 37.1%, 2016년 35.4%에 이어 2017년에는 40세 미만 은퇴선수 1733명 가운데 35.4%가 미취업 상태였다. 이는 전체 청년실업률 8.4%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도 열악한 현실이 담겨 있다. 국가대표선수의 은퇴 후 취업률은 76.1%이지만 일반선수의 경우 58.2%에 불과했다. 취업을 했더라도 비정규직이 59.9%이고, 월수입 200만 원 이하가 38%를 차지했다. 이는 스포츠 관련 분야의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은데다 설령 취업하더라도 불안정하고, 또 낮은 소득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어릴 때부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학창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일반 직장생활이나 사무에 필요한 기본 소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은퇴 전에 재교육이나 재사회화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포츠 단체에서 이런 기능까지 담당하기는 벅찬 모양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7월 체육인진로지원통합센터를 개설했는데, 이런 사실 조차 모르는 체육인의 비율이 73.6%라는 조사결과를 보면,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요즘은 어딜 가든 일자리가 화두다. 특히 청년 일자리가 절박하다. 이런 와중에 프로축구연맹의 은퇴선수 교육과정 개설 소식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지도자 이외에도 스포츠 관련 새로운 산업이나 직업군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생겨나고 있는 데이터분석관이나 SNS 콘텐츠크리에이터 등 기존에 없던 직업을 소개하고 배운다면 은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은퇴선수를 돕겠다고 나섰으면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실효성을 높였으면 한다. 형식적이고 식상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은퇴선수가 자기계발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프로축구연맹의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해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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