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 사무국장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한국관광 종합선물세트”

입력 2019-0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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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Travel, Taste, Touch’라는 행사 메인 테마가 상징하듯,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맛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죠.” 서울 인사동 한국방문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경아 사무국장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 팸플릿을 들고 ‘박찬일 셰프 맛집 투어’와 같은 역점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문위원회

■ 9년간 ‘코리아 그랜드 세일’ 진두지휘…한국방문위 한경아 사무국장을 만나다

쇼핑 외 문화 체험 등 다양한 경험 제공
비수기 겨울 방문객 증가 마중물 역할
지역명소 선호↑…지자체와 협업 중요
대구 등 지역공항 거점 모델 테스트도
한류, 방문 동기 넘어 소비로 이어져야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이나 청계천을 걷다 보면 화사한 핫핑크 색상의 현수막이나 깃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7일 개막한 ‘2019 코리아 그랜드 세일’(2019 Korea Grand Sale)을 알리는 깃발들이다. 2월28일까지 진행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매년 1∼2월에 열리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관광축제이다. 올해도 관광의 각종 분야에서 850여개에 달하는 업체가 참여한다. 한국방문위원회(이하 방문위)의 한경아 사무국장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이 대형 이벤트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온 야전사령관. 행사가 개막해 한창 분주한 인사동 방문위 사무실에서 한경아 사무국장을 만났다.


-먼저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2011년 시작했으니 벌써 9년째다. 이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여러 거리들, 즉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등 관광 콘텐츠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한데 모아 소개하고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관광종합선물세트 같은 행사이다.”


-9년 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출범 초를 돌아본다면.

“당시는 지금처럼 한류가 뜨겁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 ‘외국인이 오게 할 매력 포인트가 없을까’ 고민하다 쇼핑에 착안했다. 지금도 관광객 60%가 쇼핑이 목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쇼핑은 해외여행의 중요한 이유다. 거기에 매년 다른 콘텐츠를 추가하고 여러 기관과 업체를 연결시켜 외연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그런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상품 할인에 초점을 둔 내국인 중심의 유통행사이다. 하지만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쇼핑 외에 각종 문화 프로그램과 항공, 숙박 할인, 체험 프로그램 등 우리 관광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는 각종 콘텐츠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다.”


-행사 시기가 1∼2월이다. 흔히 겨울철은 관광비수기라고 하는데 왜 이때로 잡았는가.

“그래서 더욱 이런 행사가 필요했다. 출범 당시 1,2월에 외래관광객은 두 달 합쳐 100만 명을 겨우 넘었다. 관광절벽이라 불리던 1,2월에 외국인이 찾아올 무언가가 필요했다. 요즘 1,2월 관광객은 240만 명이 넘는다. 물론 이 모두 코리아 그랜드 세일 효과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런 증가의 마중물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유통업체나 항공사 등 대기업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실 관광 접점에는 이들 외에 지역의 작은 가게나 향토 명소들도 있는데.

“아직 토대가 잘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먼저 큰 기업들이 들어와 터전을 잡고 분위기를 조성해 관광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조성한 인바운드(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 생태계에 작은 가게나 지역 명소들이 가세해 다양성을 더하며 상생하는 것이다. 행사를 기획하면서 단계적으로 저변을 넓히고 발전해가는 것을 구상했다.”


-지금 설명을 들으니 타이틀의 ‘그랜드’(Grand)란 단어가 ‘큰 폭의 할인’이란 의미보다 크고 다양한 것을 담았다는 의미가 강하다.


“맞다. ‘그랜드 세일’이라니까 자꾸 대형 할인 이벤트 정도로 좁게 생각한다. ‘그랜드 세일’은 쇼핑을 포함한 더 큰 개념, 한국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크고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세일’한다는 의미이다.

한국방문위원회 한경아 사무국장. 사진제공|한국방문위원회


-한국방문위원회에서 하는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의 경험이나 체험은 이른바 ‘인풋-아웃풋’으로 계량화하기 어렵지 않은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느끼는 감성이 다르고 방문객 저마다 경험치도 다르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다들 수치로 표시하는 결과만 본다는 점이다. 행사를 통해 거둔 심리적, 정서적 성과는 주목을 안 한다. 여행 만족도를 비롯해 한국을 목적지로 택한 결정에 대한 성취감, 함께했던 가족과 여행을 바라보는 주변의 평가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결과물이 상당한데 이를 좀 몰라준다.”

-그래도 뚝심 있게 이끈 행사가 10년이 다 되어간다. 요즘 중점을 두는 것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의 맛, 경험 등 우리 지역관광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 지역 공항이 거점이 되어 그곳 특산물과 문화를 소비하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공항과 연계한 코리아 그랜드 세일 특별상품을 만들고 싶다. 일단 이번에 대구시와 대구공항을 ‘테스트 베드’ 삼아 항공할인 상품 등을 통해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행사 초창기와 비교해 관광객의 특성도 변하지 않았나.

“여행 주도권이 여성이라는 점은 여전한데, 그중 2030 여성들이 소비주도층이 됐다. 전에는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잘 알려진 대형 브랜드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그것과 더불어 골목 카페나 동네 식당 등 로컬명소도 좋아한다. 거대한 건물 중심의 랜드마크보다 지역밀착형 업소들을 찾고, 익선동과 같은 작은 지역상권을 직접 찾아간다.”


-그런 변화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겠다.


“지역 매력요소를 잘 아는 자치구와의 섬세한 협업이 중요해졌다. 올해의 경우 용산구, 마포구, 남대문 관광특구, 강남MICE특구 등과 스탬프투어 등을 실시한다.”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발전을 위해 과제가 있다면.

“한류가 그동안 한국관광에 기여한 부분이 크지만, 활용 측면에서 아직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지 한류가 한국방문의 동기였다면, 앞으로는 관광객이 실질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 한류를 소프트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과 접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한국방문위 한경아 사무국장

관광학 박사, (재)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본부장, 한국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사(現),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 서울시 관광발전협의회 위원, 대통령 표창 수상(2012)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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