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대한올림픽위원회-대한체육회 분리, 분분한 체육계 시선

입력 2019-01-2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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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쇼트트랙 ‘여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전 종목에 걸쳐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온다.

체육계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칼을 뽑았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여성가족부(여가부), 교육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등 주요 관계기관들이 협력해 스포츠계에 만연한 온갖 비위들을 근절하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다.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문체부 도종환 장관은 “엘리트 위주의 육성시스템을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균형 발전을 위해 KOC를 통합체육회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엘리트 체육을 관장해온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2016년 통합되는 과정에서 KOC의 분리가 논의됐다. 2004년과 2008년에도 분리 이야기가 나왔다. 대한체육회의 모태인 조선체육회는 1920년 출범했고, KOC는 해방 후 설립됐다. 1968년 KOC가 특별위원회로 처음 통합된 뒤 2009년 완전히 흡수했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분리를 추진하면서 체육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체육회 측은 “정부의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찬성 입장도 있으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분리 추진의 배경은 간단하다. 성적지상주의가 철저한 갑을 관계에서 시작되는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 등 각종 비위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입장과도 궤를 함께 한다. 문화연대는 “‘국위선양’과 ‘국가대표’의 표상은 한국체육을 지배한 이념이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운동선수들의 꿈이 됐다. 엘리트체육이 국제대회 메달을 추구한 동안 국내체육은 멍들었다. 학습권 침해와 입시부정, 승부조작, (성)폭력이 벌어졌다. 국민체육진흥법이 규정한 국위선양 목적은 삭제하고 국내스포츠 진흥에 힘이 실려야 한다”는 논평으로 정부의 움직임에 찬성했다.

충분히 동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스포츠의 가치가 오직 국위선양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다만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엘리트의 비중을 낮추는 것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엘리트로 성장하려는 청춘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가 될 수 있는 탓이다. 한 체육인은 “즐기는 체육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체육활동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도 “운동부 및 합숙소 폐지 여론이 높은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지속적인 교육과 프로그램 운영,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저 정부의 손쉬운 관리를 위해 조직을 분리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이들도 많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르면 각 회원국 올림픽위원회(NOC)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대한체육회도 마찬가지다. 남북단일팀 구성, 정부 조사 및 제재가 이뤄질 때마다 과한 정부 간섭과 통제, 그로 인한 IOC 제재를 우려하는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만약 정부 방침대로 분리할 경우, 역할도 확실히 정리돼야 한다. 현재로선 국제대회 준비 및 국가대표단 관리, 국가대표선수촌 운영 등은 KOC가 맡고 생활체육과 국내대회 운영은 대한체육회가 맡는 안이 유력하다. 권한이 크게 축소될 체육회의 반발을 떠나 통합체육회 출범 이전의 상황과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고들을 그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산하단체에 책임을 전가한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금 체육계 비위 사태가 터지기까지 정부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았고, 체육 현장과 인권사각지대까지 적극 체크하지 못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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