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복불복 외국인선수와 공격성공률 스토리

입력 2019-01-29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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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빈 슈미트. 스포츠동아DB

좋은 남자 공격수라면 성공률 50%대 초반 이상을 때려줘야 한다는 것이 V리그 사령탑의 공통된 말이다. 팀의 주포로서 그 정도의 높은 성공확률은 가져야 세터가 믿고 공을 올려줄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V리그를 출범하면서 2005~200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KOVO가 꿈꿨던 첫 번째 이유는 팬들에게 프로배구로서 새로운 눈요깃거리를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팀간 전력차를 외국인선수로 줄여보자는 뜻이었다. 역대 V리그 외국인선수들은 이런 목적에 맞는 역할을 했을까.

● 남자부 외국인선수 공격성공률 기록들

2005~2006시즌부터 V리그에 많은 외국인선수가 등장했다. 시즌마다 이들의 활약정도는 달랐다. 가장 활약이 떨어졌던 시기는 2007~2008시즌이었다. 시즌 평균 공격성공률이 34.82%에 불과했다. 유례없는 외국인선수 흉작이었다. 팀에서도 이정도의 성공률이면 신뢰를 받기 어렵다.

당시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쿠(크로아티아), 대한항공은 보비(브라질), LIG손해보험은 팔라스카(스페인), 현대캐피탈은 토펠 커크(미국)에 이어 로드리고(브라질)를 대체선수로 뽑았다.

보비만 2시즌연속 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V리그가 처음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끈 숀 루니(미국)와의 재계약을 원했으나 연봉 10만 달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루니는 러시아리그로 갔다. 대타였던 토펠은 코보컵 때 부상을 당해 리그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후임이었던 로드리고는 7경기에 출전해 56.38%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전체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고 수치였지만 경기 수가 많지 않아 신뢰도는 떨어진다.

누가 뭐래도 2007~2008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안젤코였다. 시즌 805득점을 하며 53.3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안젤코는 몸값도 쌌다. 덕분에 그를 영입했던 삼성화재는 대박이 났다. 당시의 안젤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배구선수로 성공하겠다는 의지, 절박함이 만든 성공신화였다. 지금 현대캐피탈의 파다르와 비슷한 스타일로 힘이 좋았다. 경기를 하면서 갈수록 좋아진 V리그 최초의 육성형 용병”이라고 했다.

V리그 역사상 외국인선수의 평균 공격성공률이 40%대를 밑돈 시즌은 딱 3번 있었다. 도입 초창기인 2006~2007시즌과 2007~2008시즌, 자유계약으로 외국인선수를 선발했던 마지막 해인 2015~2016시즌이었다. 구단들이 갈수록 많은 돈을 썼고 선수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넘게 줬다는 소문도 나돌던 2015~2016시즌에 평균 공격성공률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정말 의외다.

반면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풍년이 들었던 때는 2011~2012시즌이었다. 무려 52.39%의 평균 공격성공률을 마크했다. 당시 삼성화재 가빈 슈미트(캐나다) 현대캐피탈 달라스 수니아스(캐나다) 대한항공 네맥 마틴(슬로바키아) 우리카드 라이언 제이 오웬스(미국) LIG손해보험 밀란 페피치(보스니아) 한국전력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가 활약했다. 가빈은 59.27%의 공격성공률로 모든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빛났다. 역대 V리그 외국인선수 공격성공률 랭킹 3위다. 1위는 2012~2013시즌 삼성화재 레오(쿠바, 59.69%), 2위는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 오레올(쿠바, 59.45%)다.

● 외국인선수는 복불복

가빈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기 몇 년 전에 현대캐피탈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불합격했다. 그 때만해도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빈을 나중에 눈여겨 본 팀은 LIG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이었다. 가계약까지 했다. 하지만 정식계약을 앞두고 구단 내부에서 행정절차를 밟는 등 시간을 끄는 사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낚아채버렸다.

박기원 감독은 그 때의 일을 묻자 “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에 구단 내부에서 절차를 밟고 구체적인 협상을 하는 동안에 다른 팀으로 가버렸다. 가빈이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렇게 성공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몰랐다. 삼성화재였으니까 성공했을 수도 있다. 계약을 안 한 우리가 서툴렀다”고 회상했다.

현대캐피탈은 그 뒤에도 또 한명의 대어를 놓쳤다. 바로 레오였다. 하종화 당시 현대캐피탈 코치가 성공가능성을 확신했다. 계약을 위해 직접 푸에르토리코까지 날아갔지만 문제가 생겼다. 쿠바에서 망명한 탓에 레오가 일정 기간 동안은 푸에르토리코를 떠날 수가 없었다. 비자문제로 현대캐피탈은 결국 영입을 포기했다. 이후 레오는 러시아리그로 갔다가 삼성화재와 인연이 닿았다. 그때도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산체스를 원했지만 몸값이 비싸 협상이 결렬됐다. 이때 러시아 구단이 대신 데려가라고 권했던 선수가 레오였다. 그래서 외국인선수는 복불복이다.

● 시즌 득점왕의 추억

V리그 남자부 역대 시즌 득점왕을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첫 출범 때인 2005~2006시즌 득점왕은 이경수(KB손해보험, 652득점)였다. 외국인선수를 제치고 토종선수가 1위를 한 것이 그 때가 유일했다. 2006~2007시즌부터는 삼성화재 선수들이 득점왕을 연달아 차지했다.

레안드로(2006~2007시즌 717득점)를 시작으로 안젤코(2007~2009시즌)~가빈(2009~2012시즌)~레오(2012~2015시즌)~그로저(2015~2016시즌)~타이스(2016~2017시즌)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삼성화재 배구의 특성과 외국인선수를 잘 선발하는 노하우가 분명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참고로 역대 한 시즌 최고득점은 2014~2015시즌 레오의 1282점이다. 2011~2012시즌, 2009~2010시즌의 가빈이 1112, 1110득점으로 2,3위다. ‘삼성화재 출신의 외국인선수=득점왕’공식을 깬 선수가 2017~2018시즌 우리카드의 파다르다. 이번 시즌에는 우리카드 아가메즈가 득점선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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