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케이로스의 위대한 8년 동행, 마침내 마침표 찍다

입력 2019-01-2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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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력한 페르시아 축구제국을 일군 ‘명장’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이 마침내 이란을 떠난다. 2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이 고별무대가 됐다. 이란은 우위가 점쳐진 이날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해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은 충분히 당당했다. 1976년 자국대회 이후 간절히 바란 아시안컵 타이틀을 얻지 못했으나 8년 동안 그와 함께 한 이란은 천하무적이었다. 아시아권에서 절대 강호로 통했다. 일본전이 끝난 뒤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은 그의 고별 인터뷰였다.

“환상적인 모험이었다. 수많은 추억을 안겨준 이란과 함께하면서 항상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 이란이 일군 모든 것에 항상 감사한다. 영원히 마음으로 이란을 응원하겠다.”

물론 한국축구와 케이로스 감독은 악연에 가깝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조국 포르투갈을 지휘한 케이로스 감독이 2011년 4월 이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은 단 한 번도 이란에게 승리하지 못했다. 5번 격돌해 1무4패의 압도적인 열세를 보였다. 심지어 한 골도 뽑지 못해 더욱 망신살이 뻗쳤다. 브라질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경쟁한 가운데 1무3패 초라한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심지어 케이로스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1-0으로 승리한 뒤 최강희 감독(다롄 이팡)이 머물던 한국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과도한 세리머니로 공분을 샀다. 이후 사과의 뜻을 전하긴 했으나 결코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도력은 매력적이었다.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신태용 감독과 결별한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에 케이로스 감독을 우선순위에 올렸고 꾸준히 접촉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의 진짜 속내는 파악할 수 없으나 우리의 관심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한 인상이 짙었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을 선임했고, 케이로스 감독은 아시안컵 종료까지 이란에 남기로 했다.

감독과 코치로 포르투갈~미국~일본~UAE~사우디아라비아~남아공~잉글랜드~스페인~이란을 거치면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케이로스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콜롬비아다. 아시안컵 이전에 이미 내정된 상태로, 우리가 지난해 케이로스 감독과 접촉했을 때부터 콜롬비아도 러브 콜을 보냈다. 케이로스 감독은 ‘감독들의 무덤’으로 통한 서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하고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새로운 여정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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