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 김서형 “올백 머리·저승사자 의상 결정, 회의만 5시간 했죠”

입력 2019-02-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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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김서형 얘기다. 그만큼 화제의 인물이라는 말이다. 배우 김서형은 10년 만에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기분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블랙 카리스마로 안방 사로잡은 ‘김주영 쌤’ 김서형을 만나다

내 캐릭터 보고 딱 ‘올백머리’ 떠올라
지난해 내리 세 작품 하다가 ‘캐슬’행
지쳤지만 배우들끼리 연기 경쟁 행복
지금의 인기, 물론 감당할 수 있어요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입시 코디 ‘김주영 쌤’의 어록은 설 명절에도 적중률 100%다. 명절인데도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몰아세우는 부모에겐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가 안성맞춤. 명절 차례상 준비로 가뜩이나 분주한 며느리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시어머니에겐 “어머닌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라는 대응. 일손 바쁜 아내를 모른 척 하는 남편에겐 “감수하시겠습니까?”라는 응수가 제격이다.

인기는 인기다. 화제의 드라마 ‘SKY 캐슬’도 그렇지만 김주영 쌤을 연기한 배우 김서형(46)을 향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올 블랙 의상에 올백 헤어스타일, 눈에서 레이저라도 내뿜을 듯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연휴를 며칠 앞둔 29일 저녁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김주영 쌤, 아니 김서형을 만났다. ‘여기자들의 수다’ 초대장을 기꺼이 받아든 그는 두 기자의 ‘팬심’을 간파한듯 드라마 속 자신의 대사를 시연하기까지 했다.


-지금 인기, 감당할 만하나.

“하하하! 감당할 수 있지. 아후∼. 이런 시간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니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기분은 아주∼ 좋다.”


-지쳐 있을 줄 알았더니 생생하다.

“밥 안 먹으면 힘들지만 일이 많은 건 괜찮다. 나도 내일 모레 오십이다. 하하! 지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책임감으로 버틴다.”


-마지막 회 방송은 남았지만 촬영은 전부 끝났다. 어떤가.

“끝났다는 게 이제야 실감난다. 마지막 날은 정말 집중이 안 됐다. 짧은 대사였는데도 쉽지 않았다. 머릿속이 너무 어수선했다. 이제 빨리 털어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후유증이 없는 편인가 보다.

“아니다. 옛날에는 작품 한 편 하고나면 꼼짝도 못했다. ‘아내의 유혹’(2008년) 때 더했다. 지금은 아니다. 신애리(‘아내의 유혹’ 속 역할) 때와 김주영 때의 차이랄까. 연륜이 생겼다.”


-인기를 예상했나.

“캐스팅 때부터 놀랐다. 쟁쟁하잖아. 그래도 과연 입시 이야기인데 잘될까 싶었지. 작가님은 우리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것 같았고, 감독님은 진정한 ‘엔딩 장인’이었다. 아역까지도 전부 주인공이었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의식이 됐을 텐데.

“좋은 의미에서의 질투, 선의의 경쟁은 있다. 대본만 보면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알 수 없잖아. 그러니 온통 신경이 집중됐다. 모두가 서로에게 ‘샘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질투는 언제 처음 발동했나.

“1회 때. (김)정난언니의 연기를 보고 엄청 자극받았다. 그게 불씨가 됐다. 장난 아닌데, 이런 드라마라니! 더 잘하고 싶었다. 일종의 욕심 쟁탈전이 생긴 거다.”

최근 3개월 사이 김서형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드라마의 영향이지만 자신이 맡은 인물 김주영을 완벽하게 표현해냈기에 맞이한 전성기다. 극중 김주영은 ‘수십 억 원을 받는’ 강남 부유층 자녀 입시 코디네이터. 수험생의 3년간 일정을 관할하면서 이른바 ‘일타 강사’로 이뤄진 수업 전략을 통해 전부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는 인물로 묘사된다. 시청자들은 그를 ‘악역’이라 칭하지만 김서형은 생각은 달랐다.


-김서형이 보기에 김주영은 어떤 사람인가.

“선과 악으로만 구분할 순 없다.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과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김주영을 악으로 구분하는 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드라마 ‘기황후’에서 연기한 황태후도 악역이었지만 나에겐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일 뿐이었다. 내가 맡는 모든 배역에 연민을 갖는다. 막다른 골목에 닥친, 악에 받친 사람의 삶이 어디 쉽겠나. 어느 땐 ‘나는 왜 불쌍하고 외롭고 힘든 역할만 하나’ 싶다가도 그게 내 복인가 싶기도 하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의 김서형.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촉’이 움직여 선택한 작품”

-출연 전까지 망설임은 없었나.


“솔직히 너무 지쳐있었다. 지난해 내리 세 작품을 했으니까. 체력도 바닥났고. 직전에 했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는 특별출연이었는데, 역할 자체가 셌다. 연기하느라 불면증까지 걸렸다. 특별출연도 허투루 할 순 없잖아. 허준호 선배님과 언제 연기해보겠나 싶어서 했지. ‘개과천선’이란 드라마도 김명민 배우와 연기하고 싶어서 특별출연을 했던 거다. 지치다가도 그렇게 욕심이 발동한다.”


-이번에도 그런 욕심 때문에?

“작품을 보는 ‘촉’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그런 내 촉이 움직이더라. 하하!”

김서형은 말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에너지가 넘쳐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담아놓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일 수도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조차 그렇게 열정을 쏟으니 몸무게가 늘 틈도 없다. 안 그래도 마른 체형인 그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몸무게가 좀 더 줄었다. 그래도 영양제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꾸준히 해온 필라테스로 키운 체력으로 버텼다.


-흐트러지지 않은 ‘올백’ 헤어스타일과 온통 검은색인 저승사자 의상은 누구 아이디어인가.

“내가 생각했다.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있었다. 시놉시스에서 캐릭터를 보고 올백 머리로 정했다. 아파트값에 맞먹는 고액을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니까, 처음엔 다른 강남 엄마들처럼 입을까도 고민했지만 지금 스타일로 갔다.”


-반대 의견은 없었나.

“올백 머리가 촬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조명에 반사돼 머리카락 자체가 안 보일 수도 있고 두피상태도 다 보인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대본이 새로 나오면 스타일리스트와 의상 회의만 다섯 시간씩 했다. 지쳐 넘어질 때까지. 색깔은 전부 블랙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전부 달랐다.”


● “결혼? 운명의 남자라면…결혼보다 연기”


-악한 인물에 연민을 갖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연민의 감정을 갖는 편인지 궁금하다.

“연민을 갖는다는 건 어떤 대상을 불쌍하게 본다는 거잖아. 연민보다 나는 상대를 빠르게 인정하는 편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집에선 정말 평범하다. 일상생활이란 게 대부분 똑같잖아. 집에 있고 강아지랑 산책한다.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평온함을 추구한다. 그러다 작품에 들어가서 소리 지를 때가 있잖아? 거기서 다 푼다. 하하! 모아놨다가 그때 터트린다.”


-패션 감각도 탁월하다.

“평소 이것저것 많이 찾아본다. 10대 팬이 나를 왜 좋아할까, 그 이유도 찾아본다. 요즘 온라인에서 패러디되는 것들도 다 봤다. 굳이 어떤 걸 하려고 애쓰지 않고 작품에 맞게, 나답게 하려고 하니까 패션 부분도 좋게 봐 주는 것 같다.”


-책임감도 강해 보이는데.

“내 삶의 모토가 뭔 줄 아나. 민폐 끼치고 살지 말자는 거다. 소속사 이야기 들어보니까 요즘 광고 제안도 많이 온다는데, 사실 CF 찍지 않아도 그동안 먹고 살았다.(웃음) 물론 할 수 있을 때 하면 좋다.”

배우 김서형.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서형은 1994년 KBS 공채탤런트로 데뷔했다. 혹자는 ‘SKY 캐슬’을 통해 그의 진가를 처음 발견해 놀라지만 사실 김서형은 참여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실력을 증명해왔다. 최근에는 영화 ‘봄’ ‘악녀’ 그리고 드라마 ‘굿와이프’ 등을 통해서다.


-설 연휴 계획은.

“명절은 일본에서 보낸다. 화보 촬영이 있다. 돌아와선 드라마 팀과 포상휴가를 간다. 이번 드라마 끝나자마자 소속사 대표에게 물어봤다. 다음 작품은 뭐냐고, 작품을 갖고 와 달라고. 나는 무조건 작품이 먼저다. 광고보다 작품부터 찾아오라고 했다. 하하!”


-어떤 걸 하고 싶나.

“눈을 잘 봐 달라. 내 눈은 멜로다. 하하! 멜로영화도 잘 할 수 있다. 가장 나답게 연기한 작품이 영화 ‘봄’인 것 같다. 멜로도 자신 있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그러니 나를 캐스팅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 연기로 살아남아야 하니까.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해야 하니까.”


-인생의 계획표에 ‘결혼’은 있나.

“이젠 누가 결혼을 하자고 해도 무서울 것 같다. 그렇다고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만약 누군가 결혼하자고 하고, 나도 그 남자가 운명의 상대로 느껴지면 결혼을 할 거다. 그래도 지금은 결혼보다 연기를 원한다.”


● 김서형

▲ 1973년 10월28일생
▲ 1994년 KBS 16기 공채탤런트 데뷔
▲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 단역
▲ 2004년 SBS ‘파리의 연인’ 조연
▲ 2005년 영화 ‘여고괴담4: 목소리’ 주연
▲ 2008년 SBS ‘아내의 유혹’
▲ 2010년 SBS ‘자이언트’
▲ 2013년 영화 ‘베를린’
▲ 2014년 마드리드국제영화제 외국어영화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영화 ‘봄’)
▲ 2019년 영화 ‘미스터 주’ 개봉 예정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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