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웃음이 고픈 시대…타이밍 딱 맞춘 ‘극한직업’

입력 2019-02-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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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극한직업’으로 보는 코미디영화 흥행의 재구성

흥행질주는 웃을 영화 없었다는 방증
한국영화 흥행 100위 내 코미디 10편뿐
전문 제작진 부족 불구 새로운 접근 환영

‘극한직업’이 10일 누적 1283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코미디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 기존 최고 흥행작인 2013년 ‘7번방의 선물’의 1281만여 명 관객 동원 수치를 뛰어넘었다. 이로써 코미디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쓴 ‘극한직업’은 이 장르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새삼 높이고 있다. 영화계는 장르 다양성의 측면에서 반가운 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한국 코미디영화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시선 역시 버리지 않고 있다.


● “웃음에 대한 갈증”

‘극한직업’의 폭발적인 흥행세는 그동안 관객이 웃으면서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경제 불황과 갖은 정치사회적 이슈 등으로 무거워진 현실 분위기, 여기에 진중한 주제와 메시지를 담아낸 기대작들의 잇단 부진 속에서 말 그대로 ‘킬링 타임 무비’, 특히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요구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극한직업’의 홍보마케팅사 흥미진진의 이시연 대표는 이를 “웃음에 대한 갈증”이라 표현했다. 이 대표는 “웃을 일 많지 않은 시대에 웃음에 대한 관객의 절실한 요구가 있었던 듯하다”면서 “다양한 장르 속에서도 유독 코미디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도 흥행의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박스오피스 집계가 시작된 이후 한국영화의 흥행 순위 100위권 안에 장르로서 코미디 장르임을 내세운 영화는 ‘투사부일체’ ‘써니’ ‘수상한 그녀’ ‘럭키’ ‘청년경찰’, 최근작 ‘극한직업’ 등 10여 편에 불과하다. 대신 휴먼드라마와 액션, 스릴러, 사극 및 실화에 기반한 시대극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코미디=하위 장르?”

이는 한국영화가 중흥의 길에 들어서며 ‘투캅스’ 시리즈와 ‘결혼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를 등장시킨 1990년대와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등이 흥행한 2000년대 초반의 흐름과도 뚜렷이 대비된다. 2000년대 초반 몇몇 작품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장르 획일화’를 우려할 만큼 코미디영화가 뚜렷한 흐름을 형성했던 것에 비춰 더욱 그렇다.

13일 ‘기묘한 가족’을 선보이는 제작사 오스카10스튜디오 장진승 대표는 “작품적 완성도 속에서 다양한 극중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게 그리 수월한 작업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그는 “슬랩스틱이나 어설픈 설정이 되레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투자사 메리크리스마스의 김동현 이사도 “리듬감이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하는 특성상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미디영화가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거나 혹은 뚜렷한 제작 추이를 형성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코미디영화를 다른 장르보다 하위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관객의 편견이 작용한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장 대표는 “새로움 없는 코미디영화가 잇따라 흥행하지 못하면서 관객이 장르에 대해 일정한 선입관을 갖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모든 장르의 스토리에 코믹한 장면이나 설정이 반드시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웃음은 흥행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코미디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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