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의 PGA투어 통산 44승과 행운의 은화 볼마커 스토리

입력 2019-02-12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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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필 미켈슨(49)은 타이거 우즈와 함께 미국 골프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다. 당연히 우승도 많이 차지했다. 흑백 라이벌 두 선수의 경쟁이 오랫동안 이어졌기에 팬들은 더욱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최근에는 두 선수가 엄청난 돈을 걸고 하는 스킨스게임이 전 세계 골프팬들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켈슨은 쇼트게임의 왕자다. 주말 골퍼가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리부담으로 고민했다. 미 PGA투어는 갈수록 코스의 전장이 길어지는 추세다. 드라이버 샷을 300야드 이상 날려야 세컨드 샷이 쉬워지는 코스가 많다. 우승을 쌓아가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1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직은 장타능력과 정확성에서도 경쟁력이 넘치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 6816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일 4라운드 잔여경기에서 미켈슨은 남은 2개 홀에서 1타를 더 줄이며 우승을 확정했다.

일몰로 전날 최종 4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던 미켈슨은 2위와 3타차로 앞선 가운데 추격을 뿌리쳤다. 18번 홀 버디로 팬 서비스도 했다. 최종라운드에서만 버디 7개를 기록하며 2위 폴 케이시(잉글랜드)와는 3타차 완승이었다.

필 미켈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켈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비거리에 큰 영향을 주는 드라이버의 스윙스피드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런 스윙을 만들기 위해 식생활 개선과 체력훈련을 통해 몸을 단련한 덕을 봤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지만 드라이버 샷이 멀리 나가고 정확해지면 나머지 플레이는 쉬워진다. 우승은 그런 면에서 당연했다. 이날 승리로 미켈슨은 미 PGA통산 44승째를 기록했다. 페블비치 프로암에서만 통산 5번째 우승이다. 1998년, 2005년, 2007년, 2012년에 이은 7년만의 우승으로 이 코스에서 최다우승 타이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들이 투어 선수들과 한 조를 이뤄 출전하는 페블비치 프로암은 미켈슨과 많은 스토리가 얽혀있다.

이 코스는 포르투갈 이민자 가정의 후손이던 미켈슨의 외할아버지 알 산토스가 13세부터 캐디로 일했던 곳이다. 외할아버지는 힘든 캐디 일을 할 때마다 행운을 빌기 위해 은화를 문지르면서 기도하는 버릇이 있었다. 은화는 프로골퍼가 된 외손자에게 전달됐다. 미켈슨은 페블비치에서 경기를 할 때는 외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은화를 볼 마커로 사용해왔다. 하늘에 계신 외할아버지의 응원을 바라는 뜻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골프계가 미켈슨의 우승을 반기는 이유는 또 있다. 메이저대회 통산 5승(마스터스 3승, 디 오픈 1승, PGA챔피언십 1승)의 미켈슨은 아직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US오픈 우승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6월에 페블비치에서 US오픈이 벌어진다. 페블비치의 기적이 완성된다면 미켈슨 팬들은 “이제 다른 우승트로피는 말고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는 외할아버지의 당부를 기억할 것 같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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