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정부-체육회,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19-02-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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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폭행에 시달린 사실이 공개된 이후 정부는 체육계의 전면 쇄신을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개혁을 주문하자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각 정부부처는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합숙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엘리트 체육의 비중을 낮춰가는 정부 기조에 반발했던 체육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의 문제는 명확히 반성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엘리트 체육의 기반까지 손을 댈 이유는 없다는 시선이 절대적으로 많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KOC의 분리를 쉽게 여겨선 안 된다”고 했고, 신치용 신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 역시 “소년체전은 풀뿌리 체육을 위해 합숙도 적정한 선이라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승민 선수위원도 “지도자와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어보라”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체육회가 대의원 투표로 서울시를 우리 측 개최도시로 결정한 가운데 2032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추진 중이다. 서울-평양이 유력하다. 15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이뤄질 남북·IOC의 3자회담이 본격적인 출발선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기흥 회장과 유승민 위원, 문체부 도종환 장관, 북한 김일국 체육상과 면담한다. 이 자리에서 올림픽 공동개최는 물론, 2020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까지 논의된다.

하지만 상당수 체육인들은 “(정부와 체육계의) 방향이 서로 다른데,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은 엘리트 체육의 꽃이다. 체육계가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한다면서 엘리트 체육을 축소하는 배경을 정부에게 묻고 싶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IOC는 ‘큰 정부’의 출현을 결코 반기지 않는다. 정치적인 논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NOC(국가올림픽위원회)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규제 대상이다. 쿠웨이트와 인도 등 몇몇 국가들이 과거 NOC 수장과 경기단체장을 직접 임명하자 IOC는 올림픽 출전자격을 금지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체육회-KOC 분리’를 과감히 추진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결국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회도 감정적으로 나왔지만 정부 역시 잘한 것은 없다. 한 체육인사는 “정부가 좀더 신중히 판단하고 대처했어야 했다. (심석희 사태로) 악화된 여론에 너무 서둘다가 체육회의 역공을 맞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정부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한 내용들은 이미 과거에도 등장한 것들이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나친 갈등구도는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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