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묘한 가족’ 정가람 “채식주의자 좀비, 엉뚱한 저랑 닮았어요”

입력 2019-02-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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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 역할을 맡은 정가람은 이렇다 할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시선을 잡아끈다. 엉뚱한 성격과 신인의 재기발랄한 매력이 그대로 녹아든 덕분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서 신개념 캐릭터 ‘쫑비’ 완벽 소화한 정가람

‘영화 마니아’ 아버지 덕분에 연기자 꿈
스무 살에 밀양 떠나 닥치는 대로 알바
카메라 보면 희열, 서울생활 버티는 힘
좀비에게 물리면 회춘하는 ‘기묘한 가족’
좀비 덕후 친구 덕에 나만의 좀비 만들어
선배들과 3개월간 합숙…진짜 가족 같아


“학교 끝나고 학원 들러서 집에 오면 밤 10시였어요. 그때 생각했죠. 흥미진진하게 살고 싶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삶을 느끼고 싶다고요.”

연기자 정가람(26)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일단 부딪히고 보는 ‘실천형’에 가까운 것 같다. 스무 살 때 고향인 경남 밀양을 떠나 홀로 서울에 정착한 지 6년이 지났다. 기약할 수 없는 앞날을 기다리면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주연을 맡는 위치로 성장했다.

13일 개봉한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제작 오스카10스튜디오)에서 정가람의 활약은 이어진다. 정재영부터 김남길, 엄지원 그리고 박인환까지 여러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지만 자꾸만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인물은 정가람이다.

사람을 잔혹하게 물어뜯는 기존 좀비와는 전혀 다른, 양배추만 먹는 ‘채식주의자 좀비’ 쫑비 역으로 나선 정가람을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제목만 보고 아, 이건 스릴러 영화인가 했다. 정재영 선배님의 말이 딱 맞다. 할리우드에도 없는, 좀비한테 물리면 회춘하는, 세계 최초의 영화다. 하하! 신선하다 못해 약간 충격적인 설정이다. 오랫동안 같이 산 고향 친구가 워낙 좀비마니아여서 좀비물은 거의 섭렵한 상태였다. 그런 내 눈에도 ‘기묘한 가족’은 새로웠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의 특성이 대부분 작품에서 비슷하게 나오지만 이를 그대로 따를 수만은 없는 노릇. 정가람의 표현에 따르면 “걷는 좀비, 기는 좀비, 날아다니는 좀비들을 통해 나만의 동작”을 만들어야 했다.

“나는 본능에 충실한 좀비를 추구했다. 상식으로 이해하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본능의 상태랄까.”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의 정가람.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문 닫은 주유소집 가족은 좀비에게 물리면 몰라보게 젊어지는 사실을 발견하고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회춘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정가람은 지난해 충북 보은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제작진이 현지에 마련한 숙소 한 층에 정재영과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까지 배우들의 방이 마련됐다. 3개월간 동고동락하면서 이들 배우는 “진짜 가족 같은 가족”이 됐다.

“숙소 복도에서 ‘식사하세요!’라고 소리치면 각자 방에서 나와 1층 식당에서 밥 먹는 생활을 3개월 동안 했으니 얼마나 가까워졌겠나. 같이 밥 먹고 산책하고, 등산도 하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제목처럼 실제로도 딱 ‘기묘한 가족’ 그 자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챙기는, 그런 가족이다.”


● “영화 마니아 아버지 영향, 영화배우의 꿈”

정가람이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계기는 2015년 출연한 정지우 감독의 ‘4등’부터다. 이전까지 드라마 단역과 조연을 거친 그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연예계에 데뷔한 ‘특별한’ 신인이다. 특히 요즘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혹은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얼굴을 알린 뒤 데뷔하는 연예인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의 출발은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스무 살까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았다. 심장 터지는 일을 원했지만 사실 그게 뭔지도 잘 몰랐고. 고등학교 졸업하기 직전에 부산에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흥미진진했으니까.”

정가람은 굉장한 영화 마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엄청난 작품을 섭렵했다. 영화를 향한 동경, 카메라 앞에 설 때의 희열을 경험한 끝에 연기자의 꿈을 키운 건 자연스러운 순서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여기저기 보냈다. 서울의 한 기획사가 연락을 해와 부모님이 기분 좋게 갔더니 데뷔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라더라.(웃음) 바로 나왔지만 그대로 집에 내려갈 순 없었다. 부모님께 6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내 힘으로 뭔가 해보이겠다고 무릎을 꿇었다. 하하!”

연기자 정가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고도 없는 ‘서울살이’는 각박했다. 전단지 배포부터 카페 일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식비만 빼놓고 전부 모아 프로필을 만들어 돌렸다. 온라인 검색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몸으로 부딪힌 끝에 드라마 단역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꽤 우직한 스타일이다.

정가람은 이런 평가에 “우직함에도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고 했다.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돌고 돌아서 어려운 길을 지나온 편”이라며 “우직한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 처음 한 마디의 대사가 주어진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때였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이게 연기하는 기분이구나 싶었다.”

영화 ‘기묘한 가족’을 내놓은 정가람은 최근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로맨스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촬영도 마쳤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도 여럿. 첫손에 꼽는 건 액션이다. “몸을 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액션 예찬’을 시작했다.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지금 몸이 간질간질하다. 자유롭게 몸을 쓰는 액션을 하고 싶다. 평소에 축구도 좋아한다. 회사 매니저들과 팀 이뤄서 하기도 하고, 상대 팀 구해서 대결도 한다. 실력? 조금 한다. 하하!”


● 정가람

▲ 1993년 2월23일생
▲ 2012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단역
▲ 2015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통해 연기 본격 시작
▲ 2015년 영화 ‘4등’, 제53회 대종상영화상 신인상
▲ 2017년 영화 ‘시인의 사랑’ 주연
▲ 2018년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 영화 ‘독전’
▲ 2019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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