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재·김민경 PD “‘코빅’은 개그맨들의 놀이터이자 예능의 씨앗”

입력 2019-03-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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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tvN ‘코미디 빅리그’를 이끈 박성재(왼쪽) 책임프로듀서와 연출을 맡고 있는 김민경 PD. 이들은 “‘코미디 빅리그’가 개그맨들이 편히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코미디 빅리그’ 박성재·김민경 PD가 본 tvN ‘코빅’ 9년

박성재 PD
‘코빅’은 잔재미보다 스토리에 강해
그래서 창의적인 웃음 나올 수 있어

김민경 PD
코너 1위 뺏겨 우는 친구들도 있어요
개그맨들의 치열함 아직 잊지 못해요


“tvN에게 ‘코미디 빅리그’는 코미디 자원을 키우기 위한 ‘투자’입니다.”

2011년 시작해 9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코빅)는 최근 예능 스타를 배출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박나래, 장도연, 이용진 등 지상파 방송 공채개그맨 출신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코빅’에서 쌓은 경험이 결정적이다. ‘코빅’은 방송 초기 목표로 세운 시청률 4%(닐슨코리아)도 이미 넘어섰고,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KBS 2TV ‘개그콘서트’와 함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코빅’의 출발부터 함께해온 박성재·김민경 PD는 “개그맨이 성장시킨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진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두 PD 역시 ‘코빅’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지금은 각각 ‘코빅’의 책임프로듀서와 연출자가 된 두 사람이야말로 ‘코빅’의 9년을 일군 주인공이다.


● “‘코빅’, 예능의 씨앗”

‘코빅’의 ‘창립’ 멤버인 박성재 PD(45)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메인 연출자로, 지금은 책임프로듀서로서 일하고 있다. 2011년 자신의 첫 개그프로그램인 ‘코빅’을 만난 김민경 PD(39)는 2017년부터 연출을 맡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난 이들이 떠올린 ‘코빅’의 시작은 “신기함” 자체였다.

“2011년 정통 예능프로그램이 없던 tvN에 김석현 총괄프로듀서가 영입되면서 ‘투자가 필요하다’며 ‘코빅’을 만들었다. 나는 KBS 2TV ‘개그콘서트’ 경험을 살려 ‘코빅’에 합류했다. 당시 tvN은 코미디를 ‘하위 장르’로 보지 않았다. ‘SNL코리아’도 수입해 만든 프로그램 아니냐.(웃음)” (박성재 PD, 이하 박)

첫 방송 당시 제작진 가운데 막내였던 김민경 PD는 “개그맨들의 치열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개그맨들은 순위에 민감하지만, 그때는 1위를 뺏겨 우는 사람까지 있었다. 개그맨들이 치열하게 코너를 만들면서 쌓아올린 ‘코빅’의 명성에 내가 얼떨결에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웃음)” (김민경 PD, 이하 김)

큰 기복 없이 9년동안 방송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코빅’은 2013년과 2014년에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시청률이 50% 가까이 오른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경쟁하느라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던 적도 있다.

“사실 코미디는 순수하게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장르라 인건비가 많이 든다. 우리는 ‘코빅’을 ‘예능의 씨앗’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봤다. 주말드라마에 밀려 0.5%의 시청률을 찍을 때도 그런 생각은 접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다. 양세형, 조세호, 박나래처럼 예능프로그램에서 필요로 하는 ‘잘 나가는’ 개그맨들이 나올 수 있었다.” (박)

‘코미디 빅리그’ 박성재(왼쪽)·김민경 PD.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센 개그에서 모두 함께 보는 개그로”

두 사람은 ‘코빅’ 제작에서 출연자인 개그맨의 권한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방송에 등장하는 게스트 섭외도 해당 코너를 만드는 개그맨들이 직접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출연자를 믿어야 한다. 워낙 ‘프로들’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 자신의 코너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도 다들 강하다. 그래서 제작진도 빈 칸을 잘 살려야, 출연자들이 더 신나서 그 칸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제작진에게 기본 가이드는 있으니 안심하라.(웃음)” (김)

제작진이 출연진에 갖는 신뢰는 ‘코빅’이 9년간 유지된 배경이다. 동시에 매회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통해 경쟁하는 개그맨들의 노력은 제작진이 이들에게 신뢰를 품는 원동력이다. 덕분에 ‘코빅’은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사라질 때도 자리를 지켰고, 이제는 ‘이야기가 있는 코미디’로 확고한 자리를 구축했다.

“‘코빅’은 잔재미보다 스토리를 추구한다. 기승전결이 정확해 출연자들이 펼칠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출연진을 믿게 된다. 그렇다고 순발력이 없는 건 아니다. 개그는 모든 걸 다 짜놓은 뒤 무대에 올리는 순간 재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코빅’은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창의적인 웃음을 뽑아낼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코미디와 쇼(Show)의 느낌을 갖추게 됐다.” (박)

박 PD는 “김 PD가 연출을 이어받으면서 버라이어티 쇼의 느낌이 강화됐다”고 만족을 표했다.

“나는 독하고 센 웃음을 좋아한다. 하지만 김 PD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는 데 능한 연출자다. 그래서 ‘코빅’이 모든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연출자나 출연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게 ‘코빅’이다. 그렇기에 ‘코빅’은 여러 모습으로 발전하고, 장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코미디 빅리그’ 박성재(왼쪽)·김민경 PD.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코빅’, 개그맨들의 놀이터로 남길”

‘코빅’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제작진이 꿈꾸는 미래는 어떨까.

김민경 PD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스스로 커가는 ‘코빅’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코빅’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고 전체 예능의 좋은 ‘씨앗’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개그맨들은 ‘코빅’을 통해 서로 밀고 당긴다. 스케줄이 많은 개그맨들도 잠시 ‘코빅’에 나와 동료와 소주도 한 잔 하면서 스트레스 푼다. 그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코빅’이 개그맨들이 편히 노는 놀이터로 남았으면 싶다.” (김)

박성재 PD도 “‘코빅’은 개그맨들과 우리의 생계”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코빅’을 오래도록 잘 가꾸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코빅’에 대한 진득한 애정이 배어나오는 한마디였다.

● 박성재 PD

▲ 1974년 8월8일생
▲ 1998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 2004년 KBS 입사
▲ ‘개그콘서트’ ‘스펀지’ 등
▲ 2011년 9월 tvN 입사, ‘SNL 코리아’ ‘놀라운 토요일’ 등


● 김민경 PD


▲ 1980년 7월12일생
▲ 2005년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 2008년 MBC 입사
▲ 2011년 tvN 입사, ‘초인시대’ ‘SNL 코리아8’ 등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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