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웅신화’…액션 대신 시대적 서사 빛났다

입력 2019-03-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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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첫 여성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이 탄탄한 기획과 시대적 서사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첫 여성 히어로물 ‘캡틴 마블’ 오늘 개봉

난민 이슈 담은 천재적인 기획력
마블 특유의 화려한 액션은 한계
예매율 80%…돌풍 일으킬지 관심


마블의 세계관이 과거로 향해 더욱 견고한 서사를 구축했다. 그 안에 시대적인 고민까지 녹여 넣었다. ‘천재적인’ 기획력을 도무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마블 첫 여성 히어로라는 화제성에 비해 기존 마블 캐릭터를 뛰어넘는 치명적인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 한계다.

마블 스튜디오의 21번째 영화이자,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인 ‘캡틴 마블’이 6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앞다퉈 ‘캡틴 마블’에 상영관을 압도적으로 배정하면서 5일 예매율이 8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고스란히 화제와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캡틴 마블’은 마블의 최고 흥행 시리즈인 ‘어벤져스’의 프리퀄 성격이 짙다. 1995년을 배경 삼은 영화는 2008년부터 등장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팬서 등 히어로들이 왜 ‘어벤져스’라는 이름의 연합체로 모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작을 되짚는다.

앞선 역사를 다루면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만큼 폭발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4월 선보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만 굳이 먼저 보지 않아도 시리즈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최근 마블이 관객을 향해 마구잡이로 던지는 ‘떡밥’도 거의 없어 오히려 아쉬울 정도다.

영화는 우주의 두 종족인 크리와 스크럴이 오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공군 조종사였지만 기억을 잃고 크리의 여전사가 된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기억의 조각을 맞추면서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의문의 사고로 ‘에너지’를 온몸에 흡수해 슈퍼파워를 갖게 된 그는 마블 히어로 가운데 최강의 힘을 자랑한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단번에 제압하지만 마블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견고한 액션 맛은 부족하다.

대신 서사에 집중한다. ‘여자는 안 된다’는 이유로 번번이 가로막히던 주인공이 멈추지 않고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여성 영웅의 신화 구축에 상당히 충실하다. 시대의 분위기를 적극 수용한 부분은 더 있다. 전쟁의 피해로 갈 곳 없이 우주를 떠도는 이들의 서사는 자연스럽게 난민 이슈와도 겹친다. 히어로 영화가 구축할 수 있는 시대적 서사의 영리한 기획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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