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승선 가능성UP’ 이강인, 행복한 딜레마에 빠진 한국축구

입력 2019-03-0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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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에선 국가대표로 뽑히면 연령별 대표팀으로의 (소속 팀이) 차출을 반대해요.”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이사의 이야기다. 한국축구 ‘희망의 아이콘’ 이강인(18·발렌시아CF)의 국가대표팀 차출 여부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A대표팀은 남미 2개국과 3월 A매치 시리즈를 진행한다. 2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격돌한 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자웅을 겨룬다.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막을 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8강에 그쳤다. 당초 우승을 목표한 터라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9월 시작할 2022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협회는 3월과 5월 A매치를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세대교체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꾸준히 성장한 이강인이 유력한 카드가 됐다.

아시안컵 이후 모국에서 휴식을 취하던 벤투 감독이 스페인을 찾아 이강인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고, 협회 역시 발렌시아에 ‘이강인을 A대표팀에 뽑을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협조 공문을 최근 발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을 포함한 해외 리거들을 A매치 기간 활용하려면 협회는 A대표팀 소집 보름 전까지 각 소속 구단들에 차출 공문을 보내야 하는데, 이강인의 경우는 ‘예비 멤버’ 개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면 굳이 공문을 발렌시아에 발송하는 수고를 할 리 없다는 점에서 이강인의 A매치 데뷔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11일 명단을 발표하고 18일부터 소집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강인은 모든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5월 폴란드에서 개최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정정용 감독의 U-20 대표팀도 17일 시작할 스페인 전지훈련에 참여시키길 희망하고,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U-23) 대표팀 역시 2020도쿄올림픽을 위해 이강인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변수가 있다. 강제 차출이 가능한 A매치와 달리, U-20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시키려면 선수의 소속 팀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홍 전무의 말처럼 유럽 클럽들은 국가대표를 거친 선수가 연령별 대표팀 합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전시키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선수의 노력과 함께 협회의 강한 지원이 필수다. 그나마 올림픽에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으나 U-20 월드컵은 소속 팀을 설득할 만한 뚜렷한 ‘당근’마저 없다. 빠른 ‘월반’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발렌시아 1군에 데뷔한 이강인은 1월 ‘정식 1군’으로 승격했으나 이후 출전 기회를 거의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2019~2020시즌부터 임대 신분으로 새로운 팀을 찾을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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