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채근의 진심 ‘쓰러져가는 대학야구는 KBO의 기둥이다’

입력 2019-03-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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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채근 홍익대 감독은 현역시절 상대 팀에게는 카리스마 넘치는, 같은 팀 투수에게는 훈훈한 안방마님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현재는 대학야구의 지킴이로 헌신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해태왕조’의 안방마님 장채근 홍익대 감독
위기의 대학야구의 든든한 버팀목
프로지도자 제안 마다하고 아마추어야구 ‘미스터 쓴소리’ 역할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선수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새 유니폼을 찾는 시간이다. 몇 해 전부터 장채근 홍익대 감독(55)이 몇몇 팀의 퓨처스 감독, 1군 수석코치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매년 새해 발표되는 KBO리그 코칭스태프 명단에서 장 감독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1986~1995년까지 KBO리그에서 선수로 뛰며 대단한 성공을 거뒀던 장 감독은 은퇴직후 부터 2008년까지 해태, KIA 타이거즈와 히어로즈에서 코치 경력을 쌓았다. 해태 전성기를 함께 했고 3차례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 한국시리즈 MVP 등 빛나는 커리어는 지도자로도 큰 매력이었다. 프로를 잠시 떠나있던 장 감독이 2011년 홍익대 사령탑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대학야구 최약체 팀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이후 홍익대는 대학 최강 팀으로 발돋움 했다. 대학출신 프로선수의 대 기근 속에서도 매년 프로선수도 배출하고 있다.

대학야구 최고의 지도자로 변신에 성공한 장 감독은 7일 “외면받았던 원석을 보석으로 바꾸는 맛에 산다”며 대학야구를 떠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미스터 쓴 소리’를 자처했다. 장 감독은 “야구인이라면 위치와 역할은 달라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야구 외에 무엇이 있겠나. 오늘도 야구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며 웃었다.


-매년 스토브리그 때마다 프로복귀 소식이 자주 들렸는데 정작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끄러운 말이다. 능력이 없어서 못 돌아가고 있다. 프로에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은데…. 나한테 무슨.”


-실제 영입 제안을 받지 않았나?

“솔직히 제안이 있었지만 함께할 분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할 나이다. 능력도 부족하고. 그리고 4년간 함께한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 장면이 그렇게 흐뭇하고 기쁠수가 없다. 이 맛에 산다. 지금 할 일은 프로야구의 큰 기둥 중 하나인 대학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보투수를 얼싸안은 안방마님. 해태 타이거즈가 199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이다. 시리즈 MVP로 선정된 포수 장채근과 투수 선동열(뒤쪽)의 특별한 세리머니는 야구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한국 대학야구는 ‘고사위기’다. 고교 유망주들 대부분은 대학이 아닌 곧장 프로 입단을 선택한다. 대학 출신 프로지명 선수들의 숫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장 지도자로 참 할 말이 많다. 관련부처는 수업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고교 야구 선수들은 프로입단이 가장 큰 목표다. 야구 선수로 취업준비가 우선 아니겠나. 대부분 대학 캠퍼스에 야구장이 없다.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 훈련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제약이 있다. 미국 캠퍼스에는 넓디넓은 야구장이 있다. 우리와 환경이 비교가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은 캠퍼스에서 한 참 차를 타고 이동해야 훈련장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주말에는 고교야구 주말리그, 사회인야구 경기로 훈련장 잡기가 더 어렵다.”


-홍익대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우리는 선수들 대부분이 같은 전공이다. 교수님들께 부탁해서 주중 이틀 수업을 받고 사흘 훈련하고 있다. 학생들이 모여 토요일 수업도 자주 받는다. 교수님들과 학교의 배려로 최대한 훈련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최근 홍익대의 성과에는 이러한 스케줄이 큰 배경이다. 감사할 뿐이다.”


-대학야구가 쓰러지면 프로야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빠른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해 110명이 프로 지명을 받는다. 고교야구팀 숫자가 77개다. 10명씩만 졸업해도 770명인데 다른 학생들은 대학에 가야한다. 경험도 쌓고 공부도 하고 야구도 하며 다시 한번 프로선수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대학야구가 더 위축된다면 어떤 일이 이어질까, 그런 고민도 해봤다. 당연히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야구를 처음 시킬 때 더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고교 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곧 실패가 된다면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겠나. KBO리그에 대학야구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성공한 프로선수였고 프로에서 지도자로도 큰 역할을 했다. 대학야구 감독으로 프로리그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학야구의 부활 그리고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 야구공을 잡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진로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도 살고, 국가대표팀도 더 큰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까? 한국만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가 필요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대학 선수들의 목적은 직업 야구 선수다. 또 하나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지 모르지만, 10개 구단이 그룹 계열사나 관계사를 설득해 10개 실업팀을 창단해 실업리그를 만들면 수많은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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