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징 무너트린 황대헌, ‘월드클래스 로드’ 진입했다

입력 2019-03-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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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의 약점이던 500m에 샛별이 떴다. 황대헌(앞쪽)은 9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ISU 201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종목 최강 우다징(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에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500m다. 1000·1500m와 달리 전략보다 스타트가 중요한 종목이라 늘 타고난 피지컬을 앞세운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1994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채지훈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남녀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역사가 없다는 점도 이를 설명한다.

특히 올림픽 시즌만 되면 500m에서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탓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8평창올림픽도 다르지 않았다. 남자대표팀은 우다징(중국), 여자대표팀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의 벽에 가로막혔다. 2017~2018시즌을 기점으로 남자 500m는 우다징의 적수가 없었다.

그랬던 우다징을 황대헌(20·한국체대)이 무너트렸다. 황대헌은 9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42초49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다징(42초725)과 런지웨이(42초888·이상 중국)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황대헌은 2018년 대회(캐나다 몬트리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이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500m 2연패보다 우다징의 벽을 넘어선 것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황대헌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이 종목 결승에서도 40초742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는 우다징이 불참했다. 2018~2019시즌 월드컵랭킹에선 임효준(한국체대)이 3만1439점을 획득하며 우다징(3만점)을 앞서긴 했지만, 변별력은 떨어졌다. 우다징이 1~3차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뒤 4차 대회부터 불참했기 때문이다. 남자대표팀 입장에선 이번 세계선수권이 우다징과 진검승부를 벌일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황대헌의 이번 우승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2018~2019시즌 월드컵시리즈 500m에서도 초반에는 다소 고전했다. 그러나 5차 대회(독일 드레스덴) 은메달, 6차 대회(이탈리아 토리노) 금메달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무적’으로 평가받던 우다징을 무너트렸다.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스타트는 물론 안정된 주행, 인코스를 유지하는 기술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스타트에서부터 상대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스타일인 우다징도 황대헌의 상승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황대헌은 경기 직후 ISU와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행복하다. 우다징은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대헌의 500m 강세가 시사하는 바는 또 있다. 황대헌은 1000m와 1500m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지녔다. 전략에 맞는 주행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여기에 철저히 개인기량에 의존해야 하는 단거리에서도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부흥고 시절부터 피나는 훈련을 통해 개인기량을 향상했고, 올림픽 시즌인 2017~2018시즌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날개를 달았던 황대헌이 이제는 ‘월드 클래스’를 향하고 있다. 500m에서 보여준 상승세는 엄청난 노력의 증거다.

한편 대표팀은 같은 날 열린 남여 1500m에서도 금메달을 합창했다.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성남시청)이 2분29초47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골인했고, 남자 1500m에선 임효준이 2분31초632로 우승을 차지했다. 임효준은 2위로 골인했으나,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황대헌이 실격 판정을 받아 순위가 바뀌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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