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 11주년 기념…스포츠스타 11인이 ‘2008년 나에게 보내는 편지’ (상)

입력 2019-03-2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성남 시절 이동국. 스포츠동아DB

2008년 3월 24일 스포츠동아는 첫 번째 신문을 선보였다. 11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8년 그 때로 돌아가 내 과거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그해는 많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출발과 도전의 시간이었다. 11년 전 특별한 출발선 앞에 섰던 11명에게 11년 전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부탁했다. 11년 전 큰 꿈을 꾸던 신인도 있었고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주인공도 있었다. 긴 시간의 노력으로 이들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11년 전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감동이 있고, 또 어떤 인생지침서보다 선명했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11주년을 기념해 두 차례에 나눠 스포츠스타 11명의 ‘2008년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게재한다.

● 프로축구 이동국(전북 현대)


동국아, 너 그때 기억하지? 씁쓸하게 K리그로 돌아와야만 했던 11년 전의 그 시간. 이제는 어느덧 추억이 돼 버렸지만 참 힘들었던 순간이었잖아. 영국(미들즈브러)에서 보냈던 1년 반을 뒤로 한 채 성남 일화(현 성남FC) 유니폼을 입은 2008년 여름은 참으로 막막하기만 했지. 딱히 보여준 것도 없이 복귀 시즌도 훌쩍 흘러갔었어. 대체 앞날은 어떻게 풀릴 것인지 막막한 2008년의 겨울,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님이 ‘콜’을 보내주셨지. “우승을 하려면 네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에 흔들려 전북 유니폼을 입겠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오래 뛸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어. 오로지 괜찮은 현역 마무리만을 염두에 두며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에 안착했는데, 벌써 11번째 시즌을 맞이했다니. 사랑하는 네 딸과 아들 대박이를 만난 것처럼 전북은 네게 최고의 인연이자 선물이지. 가장 고통스러웠고, 또 최고의 선택을 내린 그 순간을 평생 간직하고 있어. 올해도 자신 있지? 얼마 전 스포츠동아 지면을 통해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들까지 행복한 추억을 더 많이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겠다”는 약속 지키자. 우리 파이팅이다!

정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IBK기업은행 염혜선. 사진제공|KOVO


● 프로배구 염혜선(IBK기업은행)

2008년 신인지명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도 떨었던 기억만 생각난다. (현대건설 선수로) 1순위 지명을 받기 전까지는 ‘혹시 드래프트에서 떨어져서 친구들과 프로 팀에 못 가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만 했다. 지명되는 순간 무엇보다 부모님께 효도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마흔까지 배구를 하겠다는 꿈이 있다. 이제 11년을 채웠다. 그동안 우승도, FA계약도 2번씩 했다. 지난해 절반을 채운 뒤 ‘벌써 10년이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앞으로 반을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내 꿈을 위해서는 앞으로 몸 관리가 더 중요할 것이다.

지난 11년간의 나를 되돌아보면 아쉽다. ‘조금 더 뛸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더 많은 시도를 더 용감하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든다. 그래서 휴가 때마다 모교(목포여상)의 후배들을 찾아가서 ‘버티라’고 얘기해준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후배들에게 “우선 힘들더라도 참고 버티면 앞으로 좋은 때가 온다”는 말을 꼭 해준다. 물론 이는 11년을 잘 버텨온 내 스스로에게도 해주는 말이다.

정리|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아섭아! 아니, 광민아! 개명 전 이름을 11년 만에 불러보니 어색하네.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2008년 봄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해. 2007년에 입단 첫해에는 4경기 출장이 전부였지. 타격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결과는 아쉬움만 가득했어. 2008시즌을 앞두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이 부임하시면서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따라갔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매일 밤마다 쉬지 않고 배트를 돌렸었지. 1군에 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가득했으니까. 결국 2008년에 괜찮은 성적(80경기 타율 0.303)을 냈으니까 그때의 두려움과 긴장은 자양분이 된 거겠지? 2019년의 내가 2008년의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야. 2년차답게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조금 내려놨으면 좋겠어. 당시의 광민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프로에서 좋은 선수로 빨리 자리 잡았을 거야. 그때는 공을 보면 냅다 치고, 무작정 열심히 했던 시기니까. 조금 더 생각하는 야구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어. 지금 생각하니 겁 없이 야구하던 광민이가 약간 그립기도 하네. 더 멋진 선수가 되길 응원할게!

정리|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고려대 시절 박세혁.


● 프로야구 박세혁(두산 베어스)

2008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시기라 그만큼 기억에 남는다.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선택이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잖아. 앞으로 더 멋진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대학에 진학해서 야구를 더 배우겠다고 결정했잖아. 네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 엄격한 규율에 입각한 대학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11년 뒤인 지금 명문구단 두산의 당당한 주전 포수가 됐잖아. 박세혁의 야구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는 그 꿈도 현재진행형이잖아. 힘내라 세혁아.

정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LG 이형종.


● 프로야구 이형종(LG 트윈스)

1차 지명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8년. 그 순간을 여전히 기억한다. 신인왕을 목표로, 28살엔 첫 프리에이전트(FA)를 하겠다는 꿈을 품었을 만큼 어느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과 패기를 지녔었다. 그런데 프로는 생각보다 냉정하고 힘든 곳이었다. 팔꿈치 부상도 있었고. 나는 요즘에서야 11년 전, 19살의 이형종처럼 밝게 이야기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정말 열심히 야구를 해왔고, 그래서 점점 야구를 잘하고 있고, 꿈꿔온 것들도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거든. 내게 주어진 위치나 여건들이 나아진 상황에서 야구를 하니 ‘이제야 조금씩 꽃이 피나보다’라는 생각도 들면서 더 즐겁고, 밝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들이 생겼다. 프로 선수가 된 뒤로 스프링캠프에서 이렇게 많이 웃었던 것도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은 아직 올라갈 길이 너무 까마득하다는 생각에 나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가짐이 내 발목을 잡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나를 더 보듬어주려고 한다. 그러면 좋은 날도, 웃는 날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 믿으면서.

정리|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