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구철인’ 최태원 코치, 주루코치의 숙명을 말하다

입력 2019-03-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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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최태원 작전주루코치(왼쪽)가 경기 도중 3루 슬라이딩에 성공한 김헌곤을 격려하고 있다. 현역시절 ‘철인’으로 불렸던 최 코치는 지도자로도 15년간 단 한 시즌도 쉬지 않고 롱런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최태원 작전주루코치(49)는 현역 시절 ‘철인’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비단 KBO리그 최다 1014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근성도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한 1993년부터 최 코치의 야구인생에 브레이크는 없다. 2003년 SK 와이번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이듬해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마이너리그 팀에서 1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코치 직함을 내려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SK를 시작으로 KIA 타이거즈~LG 트윈스~한화 이글스~KT 위즈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 포함 6개 구단의 코치를 지낸 것 자체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최 코치에게 “급여를 안 받은 적이 있었냐”고 묻자 “비활동 기간 빼고는 다 받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역 시절에 이어 코치로서도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땀을 흘리고 있는 최 코치를 최근 만났다.


● 철인 코치? 비결은 소통과 ‘팀 퍼스트’

-현역시절은 물론 지도자 인생에서도 ‘철인’ 이미지가 강하다.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늘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했고, 항상 팀을 우선시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다 보니 기회가 이어지는 것 같다.”


-삼성과는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삼성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느낌이 궁금하다.

“처음 연락을 받자마자 많이 놀랐다. 나와 삼성은 접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좋은 팀이고, 명문구단이다. 그에 따른 책임감이 더 커졌다.”


-주루코치로 시작했고, 지금도 3루에 서 있는 코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처음에는 지식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코치 연수를 다녀온 뒤 권두조 코치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 권 코치님은 경험이 굉장히 풍부하신 분인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다른 코치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만큼 많이 공부했다. 선수들과 함께 배우면서 코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 주루코치의 숙명



-주루코치는 말 그대로 실전이다. 코치로서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위치다 보니 스트레스가 엄청날 텐데.

“캠프 때 작전주루코치는 특별히 할 게 없다. 반대로 시즌을 시작하면, 승패와 직결되는 위치라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래서 항상 철저히 준비하고, 상대를 분석한다. 투수와 포수, 야수의 습관은 물론 몸 상태 등의 변수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많이 반성하게 된다. 내가 움직이면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왜 그랬을까’ 생각하며 되돌아보고 영상을 찾아본다. 잘된 부분도 반복학습을 해야 한다. 시즌 때는 분석하고 연구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가급적이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지만, 3루에서 실수가 나오면 크게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주루코치에게 필요한 덕목은.

“냉정함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되는 자리다. 실수를 만회하려다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실수는 깨끗이 인정하고, 비난받으면 된다. 득점 가능한 상황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주루코치는 주자를 많이 죽여 봐야 성장한다’고 한다.

“철저히 공감한다. 사실 주루코치는 ‘스톱’ 사인만 잘 내면 된다고들 한다. 나는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편인데, 그게 감독님의 성향은 물론 팀과도 잘 맞아야 한다. 성향이 다르면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추는 게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특징을 모두 파악해서 그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보직이다. 선수의 주력은 물론 직선, 곡선 주로의 스피드, 스타트, 판단력 등을 모두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코치로서 다양한 보직을 경험했다. 주루코치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가.


“승패와 직결되는 위치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고,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계속 움직이면서 판단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쉽게 말해 잘하면 본전, 못 하면 역적이다.”


● “삼성은 명문 구단, 체계 잘 잡혀 있다”


-선수들 지도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장점을 살리고, 개성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한다. ‘내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맞는, 선수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가려 한다. 처음에는 내가 경험했던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얘기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나와 외모도, 체형도,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도 전부 다른데, 무조건 내 것을 입힐 수 없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어떤 옷이 잘 맞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유연성이 생겼다.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고, 그만큼 반성도 많이 했다. 당연히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밖에서 본 삼성과 직접 경험한 삼성의 이미지는 어떻게 다른가.

“삼성은 명문 구단이고, 야구를 굉장히 잘하는 구단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함께 해 보니 선수들이 굉장히 순수하고, 체계도 잘 잡혀 있다. 열정적이고 좋은 점이 굉장히 많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좋다. 기존의 코치님들도 내가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하다.”


-삼성 코치로서 각오가 궁금하다.

“2018시즌에 아깝게 5강에 들지 못했다. 올해는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나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 선수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3루에서 적재적소에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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