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심태영 “‘항거’ 이후 작품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겠다 다짐”

입력 2019-04-04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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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깊은 영화로 첫 시작을 해서 좋아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마치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영향력을 받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신인배우 심태영에게 있어서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남다른 데뷔작이다. 첫 영화라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우리의 이야기인지라 더 남달랐다. 그는 극 중에서 유관순 열사의 오빠인 유우석 역을 맡았다. 극 중 유우석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태극기를 손수 그리는 유관순에게 태극기를 그릴 나무틀을 몰래 주거나 투옥 중인 유관순을 찾아가 가슴 저린 마음을 드러내는 오빠를 연기했다.

처음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태영은 “기쁨이 오래가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고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라며 “인물의 전반적인 삶을 찾아보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말투나 연기 방향을 설정했다”라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만약 동생이 유관순 열사처럼 산다면 마음이 어떨지 물으셨어요. 고심했는데 정말 또 다른 내 심장이 바깥에 돌아다니는 느낌일 것 같더라고요. 계속 위험한 곳에 놓이니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는 오빠의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지인들에게 ‘수고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그는 “고생은 안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몸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맨발로 촬영해야했고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지만 실제로 그 수모와 고통을 겪었을 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가기도 했어요. 장소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잖아요. 오싹할 정도로 서늘했어요. ‘오늘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셨을 순국열사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더 서늘했을지 상상이 안 가요. 그런데 저희는 잠깐 힘든 거였잖아요. 그래서 맨발이든 어떠한 것이든 중요하지 않았어요. 진심을 담아 연기하려 했어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하며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강조한 그는 “내가 하게 될 작품이나 인물에 있어서 이 영화가 기준이 될 것 같다. 연기를 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내가 이 영화를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항거’는 심태영의 첫 영화이지만 그는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詩)를 쓰기 좋아했지만 점점 염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연기’임을 알게 됐다.

이후 입시를 1년 정도 미루고 방송국 드라마 현장에서 보조로 일을 했다. 심태영은 “카메라 레일도 깔고, 가져오라는 것들을 가져오는 등 모든 일을 다 했다”라며 “촬영현장을 보면서 세트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꿈꿔왔다”라고 말했다.

“스무 살에 입시를 준비했어요. 그러다가 군대를 가고 복학해 졸업을 하고 바로 극단에 들어가면서 연극을 시작했죠. 극단은 제 연기 생활의 울타리 같은 존재예요. 단원 모두가 제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에요. 피만 다르지,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영화도 보러 오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줬어요.”


연극을 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어색할 수 있는 일. 심태영도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고. 그는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쭉 간다면 영화는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촬영하지 않나. 그래서 테이크마다 같은 감정이 살아날지가 걱정이었다”라며 “그런데 여러 번을 가도 같은 감정으로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이 점을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우석이 관순을 찾아가는 면회실 장면이었어요. 촬영을 몇 번씩이나 했는데 유관순(고아성 분)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났어요. 참으려고도 해봤는데 매번 아이처럼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정이 복받쳐 올랐어요. 아마 고아성 선배가 연기를 잘 해주셔서 도움을 받은 것도 같아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서 상대방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스크린 배우로 첫 발을 잘 디딘 심태영은 앞으로 여백이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오승욱 감독님의 ‘무뢰한’ 같은 느낌의 작품을 좋아한다. 여백이 많이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 하드보일드 장르도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목표를 딱히 정해 두진 않았지만 저만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올바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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