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30년 만에 개봉하는 까닭은…

입력 2019-04-14 20: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작되고 30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 ‘파업전야’. 근로자의 날인 5월1일 관객에 공개된다. 사진제공|명필름

한국 독립영화의 시작이자 노동영화의 전설로도 인정받는 ‘파업전야’가 30년 만에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영화가 나온 1990년 정권의 탄압으로 극장 상영이 불허됐지만 전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된 관람행렬로 명맥을 이은,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근로자의 날인 5월1일 개봉하는 ‘파업전야’는 최고 수준 해상도의 4K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관객에 소개된다. 당대 노동 현실을 들여다보는 기회이자, 당시 사회상을 반영해 새로운 영화운동을 주도한 창작집단 장산곶매의 저력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근로노동시간 단축 등 사회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시선을 붙잡는다.

‘파업전야’는 금속회사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노동자와 이를 탄압하는 회사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여러 대학 영화동아리 출신들이 “의미 있는 공동 창작을 해보자”고 뜻을 모아 1988년 결성한 장산곶매의 주도 아래 장윤현, 장동홍, 이재구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파업전야’는 여러 면에서 한국영화 역사와 맞물려 거론되는 작품이다. 독립영화의 출발로 평가받는 데다, 정권의 정치적인 탄압을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생명력을 이은 영화이기도 하다.

1989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 영화인 ‘오! 꿈의 나라’를 내놓은 장산곶매는 노동절 101주년을 맞은 1990년 ‘파압전야’를 만들었다. 실제 노동자들을 꼼꼼하게 취재해 시나리오에 담았고 노동 현장으로 깊이 들어가 촬영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당시 사회상은 물론 현실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노태우 정권은 영화의 공개 상영을 막았고, 때문에 극장 상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탄압은 오히려 전국적으로 작품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전국 지역과 대학가로 상영운동이 확산되면서 비공식적으로 영화를 본 학생과 시민 등 당시 관객이 30만 명(장산곶매 집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30년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노동자의 삶”

‘파업전야’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부터 2006년과 2014년 ‘한국영화 100선’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4K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쳤다. 현재 영화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장산곶매 출신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복원된 작품의 정식 개봉을 30년 만에 이루게 됐다.

장산곶매 결성을 주도하고 ‘오! 꿈의 나라’를 연출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14일 “한국영화 100년이 되는 올해 정식 극장 개봉을 이룬다는 사실이 뜻 깊다”며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전통을 이으면서 당시 노동현실을 영화로 끌어낸 게 30년 전인데, 여전히 바뀌지 않는 노동자들의 삶과 현실에서 이 영화가 다시 한번 주위를 환기케 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30년 전 작품을 본 관객도, 이 영화의 존재를 몰랐던 젊은 관객도 함께하는 기회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