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엔드게임’ 방한] “오리지널 히어로 6명과 이별, 손수건 꼭 챙기시길…”

입력 2019-04-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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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히어로 시리즈의 주역인 브리 라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제레미 러너(왼쪽부터)가 마블스튜디오의 22번째 작품 ‘어벤져스:엔드게임’에 대해 “마블의 엔딩이자 피날레”라며 “지난 10년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히어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어벤져스:엔드게임’ 제작진·배우들 방한

‘아이언맨’ 로다주 “10년 동안 영광이었다”
‘캡틴마블’ 라슨 “나 자신이 강해진걸 느껴”
‘호크아이’ 러너 “마블영화에 자부심 크다”
파이기 대표 “앞으로 10년은 새 히어로와”


“‘엔드게임’은 마블 시리즈 22편의 집대성입니다. 티슈 챙기길 권하고 싶어요.”

2008년 4월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가장 최근인 3월 ‘캡틴 마블’까지 총 21편의 시리즈를 통해 환상적인 영웅의 세계관, 즉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완성한 마블스튜디오의 설계자 케빈 파이기 대표는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블의 22번째 작품인 ‘어벤져스:엔드게임’(‘엔드게임’)의 24일 개봉에 앞서 이날 아시아 11개국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연 마블 주역들은 여러 번 “집대성”, “피날레”, “열정”, “팬”이라는 말을 꺼냈다. 마블 세계관의 구축에 “한국 관객의 힘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햇수로 12년간 전 세계를 호령한 마블스튜디오의 시리즈는 이번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린다. 물론 이대로 끝은 아니다. 마블은 ‘엔드게임’을 통해 오리지널 히어로 캐릭터의 일부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영웅을 내세운 시리즈로 또 다른 시대를 시작한다.


● “오리지널 히어로 6명 마침표”

이날 기자회견은 케빈 파이기와 조·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이 참여한 1부와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브리 라슨, 제레미 러너가 나선 2부로 나눠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내년부터 본격 시작할 ‘마블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 몇 번 나왔지만 이들은 굳게 입을 닫았다. 심지어 이날 참석한 배우들 가운데 ‘엔드게임’을 본 사람도 없을 정도로 스포일러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다만 몇 가지 힌트는 나왔다. 조 루소 감독은 “마블의 엔딩이자 피날레인 ‘엔드게임’을 통해 오리지널 히어로 6명의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는다”고 예고했다. 때문에 ‘엔드게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마도 ‘눈물’이 될 전망이다. 공개된 예고편 분위기 역시 장엄하고 엄숙했다. 어떤 캐릭터가 이별을 고할지 팬들 사이에서 이미 활발한 전망이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케빈 파이기는 “우리는 늘 팬을 먼저 생각했고, 10년간 오직 ‘엔드게임’을 위해 달려왔다”며 “지난 10년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히어로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마블의 시작’ 로다주 “10년간 프로답게 다 했다”

이번 내한에는 ‘엔드게임’에 등장하는 32명의 역대 마블 캐릭터 가운데 주인공 3인이 참석했다. 마블 세계관을 시작하고 성공을 이끈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단연 시선을 끌었다. 그는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춤과 동작을 연신 선보여 웃음을 선사했다. 답변에선 재치도 넘쳤다. 사회자가 ‘캡틴 마블’ 브리 라슨이 입은 망토 스타일 의상을 언급하자 “발렌티노 거다”고 말해 또 다시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엔드게임’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도 의미가 각별하다. “10년간 프로답게 모든 걸 다 했다”는 그는 “처음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나를 위해서 ‘아이언맨’에 나섰지만 10년이 지나고 돌아보니 세계적인 문화현상과 순간을 직접 겪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비록 영화이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의 삶을 살아온 이들 배우에게 마블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브리 라슨은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캡틴 마블을 위해 9개월간 훈련을 받으면서 생각도, 음성도 강해졌다”며 “캡틴 마블은 여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상징하는 캐릭터이지만 그건 꼭 여성에게만 국한된 메시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호크 아이’ 제레미 러너는 “세상에는 여러 분열이 있지만 마블영화는 세계를 아우르는 여정으로 가치가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누가 남고 떠나는지에 대해선 다들 입을 다물었다. 다만 여성 히어로 시리즈가 강화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함께 참석한 트린 트랜 프로듀서는 “마블은 여성 히어로를 지원할 것”이라며 “지금도 엄청난 분들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마블은 스칼렛 요한슨을 내세운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와 앤젤리나 졸리의 출연이 유력한 ‘더 이터널스’를 기획하고 있다.


● “마블영화의 핵심, 공동체의 가치”

‘엔드게임’은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동시 촬영해 순차 개봉하는 두 번째 이야기다. ‘어벤져스’ 전체 시리즈로는 네 번째 작품. 지난 ‘인피니티 워’는 히어로들이 악당 타노스에 밀려 전부 먼지처럼 사라진 결말로 관객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에 대해 안소니 루소 감독은 “당시 관객 반응은 우리에게도 큰 감명”이라며 “‘엔드게임’의 마지막 장면 편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실에선 악당이 이기는 경우가 많고, 그 고통을 우리가 견뎌야 할 때가 많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악당의 승리 서사가 관객에게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마블 시리즈는 단순히 오락영화를 넘어 인류애를 아우르고 때때로 사회적인 문제를 담는 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견고해진 건 2016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부터다. 조 루소와 안소니 루소 감독은 이 시리즈를 통해 실력을 입증하며 마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연출까지 맡았다.

이 같은 ‘마블의 철학’에 관한 질문을 받은 조 루소는 “현재 시대적으로 개인주의와 커뮤니티 중심이 있고, 또한 국수주의로 가는 나라도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분열의 시대에 마블이 내건 기치가 바로 “공동체”라는 설명이다. 감독은 “마블은 아주 다른 별개의 캐릭터들이 모여 공공의 적을 상대하는 메시지로 전 세계의 공감대를 얻는다”며 “예술이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대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블의 주역들은 1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4000여 팬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벌였다. 13일 내한한 이들은 각자 취향대로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마약김밥’을 맛보고(브리 라슨), 경복궁 벚꽃놀이 뒤 소주를 마시고(제레미 러너), 호텔에서 춤 삼매경에 빠진 영상을 촬영해 SNS로 공유하는(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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