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올림픽·AG 없는 야구를 준비할 때

입력 2019-04-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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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야구는 국제무대에서 ‘비주류’ 종목이다. 2008년 베이징대회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야구가 국기인 일본이 2020도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했다면 올림픽 무대에 돌아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개최도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희망하는 추가 종목을 제안할 권리를 갖고 있다. IOC는 개최 조직위원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부분 승인한다. 도쿄는 야구와 함께 가라테,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을 신청해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게 됐다.

2024올림픽 개최지 파리는 예상대로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파리가 원하는 새 종목은 브레이크댄싱이었다.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도 신청됐다.

야구가 올림픽무대에서 갖는 위상이 이렇다. 개최도시가 희망하지 않으면 제외되는 종목이다. IOC는 젊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올림픽무대로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레이크댄싱이 전략종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비보이들의 댄스 배틀을 심사위원들이 점수로 평가해 승자를 정하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반면 야구는 IOC의 어떠한 전략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8년 개최지 LA가 야구를 신청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LA올림픽 기간에 메이저리그가 시즌을 중단하고 정상급 선수들이 조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허락할 가능성은 반대로 매우 낮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국제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올림픽 등 국제종합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각국의 리그 활성화 및 축구의 월드컵이 롤 모델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라는 국가대항전을 통한 국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구는 2020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도 일단 제외됐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야구는 마지막에 정식종목으로 추가 편성됐다.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참 처량한 신세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중동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동은 야구의 불모지다. 야구는 한국, 일본, 대만의 최고 인기 스포츠지만 아시안게임에 첫선을 보인 해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였다. 큰 경기장이 필요하고 긴 경기시간, 몇 안 되는 참가국가 등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야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없는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추구하는 방향과 함께 일본, 대만과 연계해 동아시아야구라는 새로운 국제무대를 흥행카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WBC, 프리미어12가 없는 해에 동아시아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 창설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본과 협의해 매년 여름 KBO리그, 일본프로야구 인기 선수들이 3연전을 치르는 한·일 올스타전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꼭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종목이어야 국제적인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럭비는 월드컵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손꼽히는 인기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개국만 본선에 초청되는 럭비 월드컵은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전 세계에서 수십억 명의 시청자가 TV로 월드컵 결승전을 보는 럭비는 야구가 따라가야 할 좋은 모델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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