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중근 “LG의 두산 트라우마 이제는 없다”

입력 2019-04-18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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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지난해 9월 은퇴식을 치르고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변신한 봉중근이 새로운 인생, 친정팀 LG에 대한 애정, 야구 후배들에 대한 조언 등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신일고 이후 메이저리그를 거쳐 2007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13시즌 간 LG 소속으로 뛰며 KBO 통산 321경기 55승 46패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 등의 성적을 남긴 봉중근은 야구에만 매진했던 31년을 뒤로 하고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제 2의 인생에 막 발을 들였다. 새로운 시작에 나선 봉중근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새내기 해설위원 봉중근 “31년 한 야구, 관중석에서 보니 또 새로워”

방송인이라는 낯선 타이틀이 더해졌지만 봉중근의 뿌리는 여전히 야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방송도 새로 시작하게 됐지만 최종 목표는 LG 감독”이라며 여전한 야구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해설위원 데뷔는 그가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봉중근은 해설위원으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선수 때는 경기에만 집중했었고 상대 전력 분석이라든지 경기에서 이기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보니 강한 모습만 보이려 했는데 은퇴 후에는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마음이 편안하고 얌전해졌다”고 전했다.

31년 간 해 온 야구지만 해설위원으로서 보는 야구는 또 새로웠다. 봉중근은 “아직 20경기도 안했지만 선수 때는 우리 팀만 보였다면 해설을 하다 보니 10개 팀 선수들의 성향, 각 팀의 스타일, 감독들의 스타일이 많이 보이더라. 앞으로 내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선수 때는 LG의 시스템만 알았지 다른 팀은 몰랐는데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덕 아웃에서 경기를 볼 때와 관중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볼 때 많이 다른 것들이 보인다. 이 상황에 이 선수가 왜 이렇게 플레이 하는지, 경기를 열심히 하는지 대충 하는지 확실히 잘 보이는 게 있다”고 털어놨다.

기존 해설위원들과 비교해 차별성을 둘 수 있는 무기로는 “이제는 팬들도 야구를 잘 알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설명하기보다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보직이 마무리일 경우 6회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 그 후의 심리 상태나 행동들에 대해 팬들이 자세히 모르는 이야기를 더 해드리고 싶다. 작년까지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LG는 봉중근에게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봉중근의 선택은 해설위원이었다. 그는 “사실 바로 코치를 해도 어떻게든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선배님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특히 LG 감독, 단장을 거쳐 지금 롯데 감독으로 계신 양상문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바로 코치를 하게 되면 생각이 아직 선수이자 선배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고 하더라. 코치와 선수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형처럼 되어 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이어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 좀 더 공부를 하고 현장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해설을 먼저 하게 됐다. 길면 3년 정도 더 해설을 하면서 야구를 더 배우고 상황마다의 작전이라든지 경기 중간마다 감독이 어떤 운영을 하는지 등에 대해 더 공부하고 배워보고 싶었다. 그저 이름값으로 코치를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코치가 최고의 코치다. 본인이 예전에 했었던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설위원으로 만난 이상훈-안경현-안치용

공교롭게도 선수 시절 롤 모델로 꼽을 정도로 봉중근이 존경하던 이상훈 전 LG코치도 이번 시즌 타 방송사에서 해설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까지 이천에서 선수와 코치로 함께 시간을 보내던 둘은 이제 나란히 새내기 해설위원으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봉중근은 “이상훈 선배님이 해설을 하신다고 해서 정말 뜻밖이었다. 오키나와에 선배님이 심재학 코치님이랑 오신 걸 보고 왜 오셨나 했는데 해설을 하신다더라. 이상훈 선배님이 사석에서는 말씀을 잘 하시지만 방송에서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라 더 놀랐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는 나와 비슷한 마음이실 것 같다. 축하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타 방송사기 때문에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훈 해설위원 외에도 봉중근과 인연이 있는 해설위원들이 더 있다. 아직도 간간이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인 벤치클리어링을 펼치며 악연(?)이 생긴 안경현 위원 역시 타 방송사에서 해설위원으로 먼저 활동 중이고, 고등학교 동창인 안치용 해설위원은 같은 방송사에서 해설을 먼저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봉중근은 “아직도 방송에서 안경현 선배님과 엮일 때가 많다. 그 벤치클리어링이 그냥 가볍게 끝난 벤치클리어링도 아니었고 상대가 두산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서로 안 좋은 사이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 마주칠 시간이 없다보니 해설을 한다고 할 때 따로 해준 얘기는 없었다. (안)치용이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형처럼 생각한 형이었다. 그래서 같은 방송사에서 일하게 된 게 크고 지금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의 두산 트라우마 이제는 없다, 실력 차는 사실”

시즌 전 봉중근은 친정 팀 LG가 5강에 못 들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LG는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시즌 초반보다 막바지에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 LG이기에 평가는 이르지만 봉중근은 친정 팀의 희망적인 요소를 더 많이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봐서는 그때의 내 예상이 틀린 것 같다. 그때는 스프링캠프까지만 보고 분석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차우찬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4, 5선발에 물음표가 있었다. 또 조셉이 새로 왔지만 조셉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LG의 전력이 5강에는 좀 못 미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1~3 선발이 정말 좋다. 윌슨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게는 반전이었고 아직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LG의 강한 1~3선발에 주목했다.

지난 시즌 LG는 잠실 라이벌 두산에 1승 15패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첫 3연전 맞대결은 LG가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봉중근은 “LG에 새로운 선수들이 왔지 않나. 조셉이나 켈리 같이 작년에 없던 선수들이 생겼고, 이들은 두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작년에는 크게 이기고 있어도 ‘그래도 질 것 같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새로 온 선수들은 두산도 다른 팀들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이런 분위기가 팀 전체에 퍼졌다고 본다.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경기를 이기면서 LG가 작년의 두산 트라우마를 완전히 없앤 것 같다. 또 두산 출신 김현수가 주장을 맡으면서 두산 선수들 특유의 독기 같은 것을 LG에 심어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5월 어린이날 시리즈에도 LG 1~3선발이 다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두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3 선발이 확실한 팀은 그 3명으로도 4강이 가능할 수 있다. 선발 싸움에서 LG가 두산에게 밀리지 않는다. 작년은 작년으로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LG와 두산의 경기는 잠실 더비라는 명칭에 걸맞게 정말 재미있어 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본기의 차이는 인정했다. 봉중근은 “솔직히 두산은 아직 LG를 인정 안 한다. 그건 사실이고 나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 두산의 백업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LG는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있다. LG도 그런 차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실력으로는 아직 안 되지만 첫 시리즈 승리로 기 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G, 아직 우승 전력에는 부족…팬들에겐 항상 미안해”

선수 시절 LG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은 봉중근은 LG의 우승이 몇 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언젠가 하겠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베테랑들의 기여도가 많았던 팀이기 때문에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진영, 정성훈 등이 나가면서 리빌딩이 시작됐는데. 가을 야구는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팀들이 투타에서 더 강하기 때문에 우승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고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봉중근은 LG에서 은퇴식을 치렀지만 동기인 이진영, 정성훈은 LG와 아름답게 작별하지 못했다. 최근 모든 팀들이 베테랑 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리빌딩을 외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봉중근은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는 “한 팀이 한 시즌 동안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분명히 베테랑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가 온다. 그래서 리빌딩을 한다 해도 베테랑들로 기둥을 잡아두고 리빌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베테랑들을 배제하고 어린 선수들로만 채워두면 부족한 부분이 나오게 된다. 팽팽한 접전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등의 경험이 필요한 부분에서 베테랑들이 해결해줘야 하는데 최근 10개 구단 모두 베테랑들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은퇴도 시키는 분위기도 있더라. 전체적으로 대세가 많이 바뀐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LG 팬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그는 “LG 팬 분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FA 계약을 한 뒤로 공을 던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했다. ‘재활 잘 해서 한 경기만이라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응원해주신 팬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정말 감사하고 눈물이 났다. 사실 은퇴식 때 구단에서는 시구를 하겠느냐 아니면 한 타자를 상대하겠느냐고 물었다. 많이 고민을 했는데 공을 던져 봐도 구속이 나오지 않더라. 그런 모습을 팬들에게 마지막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 시구를 하겠다고 했다”며 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절친한 후배 류현진, 부상 걱정되지만 괜찮을 것”

봉중근과 절친한 후배 류현진은 지난 9일, 자신의 메이저리그 100번째 등판에서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으로 LA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잠시 이탈했다. 하지만 이후 정상적으로 40구 정도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고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이 이르면 21일 밀워키 브루어스 전 등판도 가능할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봉중근은 “(류)현진이와 개인적으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우선 부상이 자주 나와서 트라우마가 될까봐 걱정이다. 전에도 아팠던 부위고 투수들에게 민감한 부위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현진이 개인 트레이너로 가신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님과는 이야기를 해봤는데 불펜 피칭을 하고 나서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현진이가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거다. 아픈데 참고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만 FA를 앞두고 몸이 아픈 모습이 자꾸 보이면 몸값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아쉽다. 올 시즌에 28~30번 정도 선발 등판이 목표라고 했는데 그 정도 나올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정도 등판을 하면 13~14승 이상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응원했다.

후배들 위한 일침 “팬 서비스는 필수, 프로 의식 갖고 행동해야”

WBC,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호황을 누리게 된 KBO리그지만 최근 야구 계에는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팬 서비스에 대한 질타도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팬들의 원성이 터져 나온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봉중근은 후배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선 팬 서비스는 무조건 해드려야 한다. 팬들이 경기에 안 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본인이 그날 경기를 잘 못해서 기분이 안 좋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나를 보러 오신 팬 분들에게는 이유 불문하고 사인을 잘 해드리면 좋겠다. 그래야 프로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다. 기분 좋은 날은 해드리고 안 좋은 날은 안 하는 것은 프로의 모습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그런 부분은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며 팬 서비스에 대한 프로의식을 강조했다.

야구 계에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봉중근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임의탈퇴 된 선수를 두고 차명석 단장님이 “음주운전에는 변명이 없다.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하시더라. 음주운전이나 뺑소니는 범죄다. 그런 후배들에게는 위로보다는 질타를 하는 편이었다. 내가 공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겠나. 자신이 프로임을 자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와의 시구는 내 인생 최고의 기억”

봉중근에게 아버지는 항상 그리운 존재다. 봉중근의 아버지 봉동식 씨는 지난 2012년 11월 5일 대장암 투병 도중 세상을 떠났다.

봉동식 씨는 택시 운전을 하며 아들 봉중근의 야구 선수 생활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았다. 1남 3녀 중 막내인 봉중근에게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은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봉중근은 글러브에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붙일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컸다.

선수 은퇴를 결정한 뒤 첫 시즌을 보내게 된 봉중근은 “아버지는 야구를 워낙 좋아하셨기 때문에 해설보다는 내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더 보시길 원하셨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야구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자식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부모님들이 보시면 좋아하시지 않나. 해설하는 모습을 보셨으면 자랑스러워 하셨을 텐데 못 보여드려 속상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봉중근은 “아버지의 사랑을 워낙 많이 받았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3개월 전에 시구를 한 기억은 WBC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한 내 인생 최고의 기억이다. 아직도 아버지 생각을 하면 많이 운다.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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