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박주영.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극심한 부진 속에 하위권에 머물며 K리그2 강등위기를 경험했던 서울은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은 “아직 멀었다”고 자세를 낮추지만 서울은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중심에 박주영이 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1라운드 홈경기는 박주영의 존재가 새삼 확인된 무대였다. 서울의 2-1 역전승을 일군 득점이 전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12분 첫 골을 먼저 내준 서울은 2분 뒤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박주영이 프리킥으로 띄운 볼이 정확히 황현수의 머리를 향해 배달됐다.
팽팽한 1-1 균형 속에 경기종료 7분여를 남기고 박주영은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 차 골네트를 흔들었다. 대구가 자랑하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궤적이었다. 전반에만 옐로카드 4장이 주어지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던 대구 안드레 감독도 박주영의 활약에는 주저 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 시즌 박주영이 팀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수원 삼성과 10라운드 슈퍼매치(1-1)에서도 역시 빛을 발했다. 물론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0-1로 뒤진 후반 45분 어렵게 얻은 페널티킥(PK)을 실축한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 또 다시 얻은 PK에 재도전, 동점을 만들었다.
앞서 PK를 실패했던 선수가 다시 킥을 차는 장면도 드물지만 서울 벤치는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그것도 실축 때와 똑같은 위치로 공을 보내는 강심장을 뽐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서인지 대구전에서 박주영의 킥 감각은 눈부셨다.
박주영은 현재까지 K리그에서 3골·2도움을 올렸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PO)를 포함해 4골·1도움에 그친 그는 이미 공격 포인트 횟수(5개)에서 타이를 이뤘다. 정규리그 득점수는 똑같다.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프리시즌 훈련을 소화한 결과다. 부상 후유증도 없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당분간 현재 페이스가 이어질 것으로 서울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만족하지 않는다. “베테랑답게 항상 모범적이다. 책임감이 남다르다.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 같다”는 스승의 격려에 “90분 체력이 됐다.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언제든 몸을 준비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