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산 필승맨 이형범이 말하는 40㎝의 비밀, 그리고 멘탈 관리법

입력 2019-05-1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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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형범.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이형범(25)은 야구 인생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2018시즌 직후 양의지(NC 다이노스)의 프리에이전트(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더 익숙했고,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1~2차 스프링캠프 때도 대체선발 후보로 더 많이 거론됐다. 그러나 지금은 두산 불펜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14일까지 10개구단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25경기에 등판해 5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2.14(21이닝 5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1.72의 땅볼(31개)/뜬공(18개) 비율도 이형범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지표다. 두산 내야진의 강력한 수비 덕분에 자신감도 상승했다.

김강률과 곽빈의 부상 탓에 불펜의 무게감을 걱정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이형범의 활약 덕분에 큰 고민을 덜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는다. 마무리투수 함덕주에 앞서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기량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전력투구

이형범의 주무기는 투심패스트볼(투심)이다. 구사율이 80%에 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슬라이더도 완성도가 높고, 커브, 체인지업, 포심패스트볼(포심)을 곁들인다. 지난해 34%였던 투심의 구사 비율을 대폭 늘렸고, 17%였던 포심은 10분의1 수준(1.7%)으로 줄였다. 이형범은 “과거에는 주로 선발과 롱릴리프 등 길게 던지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짧게 던져야 하다 보니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 포심을 아예 안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지신 있는 구종이 투심이다. 내가 보기에는 많이 휘는 것 같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은 움직임이 많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전력분석팀의 조언 덕분에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우투수의 투심은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데, 이형범의 그것은 움직이는 범위가 40㎝ 이상이다. “전력분석팀에서 ‘투심이 40㎝ 이상 휘면 수준급이라고 평가한다’고 하셨는데, 내 투심이 그만큼 휜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난 잘하고 있으니까’ 이형범의 멘탈 관리법

기량을 인정받은 것은 선수로서 기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중요한 역할에 따른 부담감도 이겨내야 한다. 마무리투수 또는 셋업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편안한 상황에서 던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살얼음판 승부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이형범의 멘탈(정신력) 관리법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나는 잘 풀리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래,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있으니 한 번쯤 안 좋은 모습이 나와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안 좋은 모습이 나와도 된다는 게 아니라 부담을 떨쳐내는 나만의 방법이다.”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승계주자의 득점을 막아내는 것도 필승계투요원에게 필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이형범은 올 시즌 앞선 투수로부터 넘겨받은 20명의 주자 가운데 3명의 득점만 허락했다. 김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가 누상에 주자를 두고도 이형범의 투입을 고민하지 않는 이유다. 이형범은 “주자를 들여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역할에 맞게, 힘을 아끼지 않고 전력으로 던지다 보니 결과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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