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에이스’ 양현종의 수상한 기록들

입력 2019-05-1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수년간 KBO리그를 대표했던 KIA 타이거즈 좌완 양현종이 여러 지표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타자와 승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초구가 문제다. 첫 공 피안타율이 무려 0.528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5할을 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역시절 152승 53세이브 33홀드를 기록했던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팀 젊은 투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초구 스트라이크다.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기에 가장 망설여지는 공이 초구다. 투수가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견이 없는 교과서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초구부터 안타, 홈런을 맞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또 다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1)은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였다. 2014년 이후 매해 17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2016년에는 200.1이닝을 던졌고 2017년은 193.1이닝을 소화하며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도 184.1이닝을 던져 13승을 챙겼다.

그러나 올해 성적은 기대 이하다. 9경기에 나서 50.1이닝을 던지며 1승7패 평균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매우 독특한 점도 발견된다. 14일까지 리그에서 규정이닝 이상을 투구한 30명의 투수 중 초구 피안타율이 가장 높은 투수가 바로 양현종이다.

타자가 초구를 승부한 38차례(스트라이크·볼·파울 제외) 중 안타가 된 공은 무려 19개다. 초구 피안타율이 0.528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할 이상이다. 이 중 홈런이 3개, 2루타가 5개다. 초구 장타율로 계산하면 0.917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타 팀 타자 한명은 “특정 투수의 초구를 적극적으로 친다는 것은 그만큼 분석을 많이 했다고 보면 된다. 투구 패턴이 익숙한 경우도 더 자신감 있게 스윙 한다”며 “양현종? 에이스로 책임감이 대단한 투수다. 그만큼 이닝을 많이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투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초구를 치기 좋은 조건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타자는 “캠프에서 체력관리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시즌 초반 공의 힘은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높은 투수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 직구가 공략 포인트다”고 말했다. 이들의 의견처럼 타자가 초구를 공략한 숫자도 양현종은 리그 선발투수 중 3번째로 많다.

양현종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전체 투구 중 포심의 비율은 57.8에 이른다. 체인지업(22.2%)과 슬라이더(18.1%)가 수준급이지만 포심의 구위가 떨어지면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한다.

양현종은 최근 수년간 ‘혹사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올 시즌 등판 전 불펜 투구 숫자는 예년에 비해 줄였다. 과거와 달리 공의 구위가 정점에 오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초구 승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회 성적도 좋지 않다. 1회 피안타율이 0.400, 피출루율은 0.419다.

20승을 거둔 2017년 양현종의 초구 피안타율은 0.287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타고투저가 완화된 올 시즌에는 1할대 초구 피안타율을 기록 중인 투수가 7명이다. 그러나 양현종은 반대로 크게 치솟았다.

양현종은 9이닝 평균 8.76개의 삼진을 잡고 있다. 볼넷허용은 1.79개다. 모두 리그 정상급이다. 그러나 9이닝 평균 안타 허용은 12.16개로 리그 최하위다. 좋지 않은 지표의 가장 큰 원인은 초구 승부의 어려움이다. 팀과 개인의 반등을 위해서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구위와 함께 과감한 변신도 필요한 시점이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