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 놓친 롯데의 불운-두산의 행운

입력 2019-05-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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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조쉬 린드블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선수 한 명은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또 선수 한 명은 리그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만약 조쉬 린드블럼(32)이 두산 베어스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KBO 리그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린드블럼은 2019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다. 10경기에서 67이닝(1위)을 던져 평균자책점 1.48(1위), 7승(1위) 무패를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특급 투수의 영역인 0점대(0.90)다.

린드블럼은 지난해에도 15승4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1위를 이끌었다. 올해 스플리터의 위력이 더해지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시즌을 앞두고 린드블럼을 영입한 롯데는 매년 20만 달러 연봉 인상을 약속하는 팀 옵션 계약을 맺었다. 구단이 재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 바이아웃을 지급하며 FA로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2017시즌 중반 린드블럼은 롯데로 다시 돌아왔고 2018시즌 팀 옵션 실행시 연봉 140만 달러를 보장해야 했다. 당시 린드블럼은 팀 옵션 미 행사시 FA가 된다는 조항을 계약서상에 더 확실히 담았다. 그러나 바이아웃 20만 달러에 대해서는 상호 입창자이로 여전히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롯데는 린드블럼에게 140만 달러가 아닌 90만 달러의 연봉을 제안했다. 50만 달러 차이로 결별을 선택했다.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인 두산은 145만 달러를 보장하며 영입에 성공했다. 롯데가 린드블럼 대신 100만 달러에 영입한 펠릭스 듀브론트는 2018시즌 6승9패에 그쳤다. 올해 계약한 제이크 톰슨은 최근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린드블럼과 비교하면 크게 뒤진다.

2017년 롯데와 린드블럼의 계약서를 다시 살펴보면 구단의 여러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선수가 요구한 연봉 보장이 없으면 자유롭게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너무 쉽게 합의해줬다. 그해 린드블럼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있던 상황이었다. 빅리그 성적은 4경기(10.1이닝)에서 평균자책점 7.84, WHIP 2.03으로 부진했다. 트리플A 성적은 17경기(4선발·37.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4.06, WHIP 1.19였다. 한국으로 유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법원이 롯데가 린드블럼에게 바이아웃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 2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이 든다. 듀브론트에게 준 100만 달러를 고려하면 롯데는 20만 달러 차이로 린드블럼을 놓친 격이 된다.

반면 두산은 예산도 아끼고 린드블럼도 잡았다. 외국인선수와 재계약시 최소 직전 시즌 연봉의 75%는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2018시즌 후 폐지)에 따라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에는 157만 달러가 필요했다. 노련한 두산 프런트는 과감히 니퍼트를 포기하고 린드블럼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12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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