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여성 폭력’ 알랭 들롱에게 상을?”

입력 2019-05-2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배우 알랭 들롱이 20일(이하 한국시간)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원로에게 주는 상…인권 논란 커
여성인권단체들, 수상 철회 촉구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알랭 들롱이 칸 국제영화에서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명예 황금종려상을 그에게 수여하면서다. 매년 영화를 통해 업적을 쌓은 원로를 선정해 주는 상이지만, 여성 폭행 등 인권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알랭 들롱이 과연 적합한 수상자이냐를 두고 현지에서 거센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알랭 들롱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 무대에 올라 딸과 포옹한 뒤 눈물을 비치면서 “나는 독특한 개성으로 영화를 해온 배우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의 이번 결정과 알랭 들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프랑스 여성인권단체 ‘레 에프롱테(Les Effrontees)’는 이날 “칸 국제영화제는 알랭 들롱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주면서 지난해 내놓은 ‘성평등 성명’ 저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여성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고 인권 관련 이슈에서도 논란을 빚은 인물에게 영화제의 명예로운 상을 선사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알랭 들롱의 아들은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들롱은 최근 한 TV에서 여성을 때린 사실이 있음을 인정해 비난을 받았다. 또 과거 동성부부의 아이 입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경쟁부문 초청작 ‘어 히든 라이프’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 한 여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Stop Violence Against Women)는 문구를 등에 새기고 등장하는 등 알랭 들롱 수상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칸 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여성 영화인 82명의 ‘성평등 선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여성 폭력 등 인권 논란을 일으킨 배우에게 시상하면서 영화 및 여성단체 등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성인권단체인 ‘여성과 할리우드’ 역시 “알랭 들롱은 인종차별주의에도 동조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상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칸 국제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알랭 들롱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려는 게 아니다”면서 “배우로서 경력을 인정해 상을 준다”고 선을 그어 오히려 비난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