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칸에서 털어놓은 할리우드로 향하는 ‘뒷이야기’

입력 2019-05-24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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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인전’의 주인공 마동석. 공식 포토콜에 참여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였다. ‘악인전’은 칸 현지에서 “매력적인 갱스터 무비”라는 평가를 얻었다. 사진제공|칸 국제영화제

“‘악인전’이 저에겐 큰 의미가 있어요. 이렇게 칸에도 오게 됐고 말이죠.”

오직 영화가 하고 싶어, 가족과 함께 살아온 터전인 미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배우. 단역부터 출발해 눈에 띄는 조연을 거쳐 차근차근 이름을 알린 연기자. 이젠 한국영화에서 ‘단 하나 뿐’인 캐릭터이자, 할리우드가 탐내는 스타. 전부 마동석에 관한 이야기다.

주연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으로 처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마동석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상영에 맞춰 칸 레드카펫을 밟은 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에게 도움을 준 많은 분을 대신해 이곳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악인전’이 칸에서 공식 상영되고 다음 날인 23일 밤11시30분(이하 한국시간) 마동석을 만났다. 전날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이원태 감독, 배우 김무열 김성규와 함께 치른 ‘악인전’ 공식 상영 당시를 떠올린 그는 “극장으로 입장하는 데 몇천 명의 관객이 우리를 위해 박수치는 걸 보니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었다”고 돌이켰다.

“제가 여러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가족들도 있고요. 그 분들을 대신하는 거죠. 레드카펫을 밟을 땐 즐겁고 당당하고 싶었지만 막상 ‘움찔’ 하더라고요. 하하! 카메라에 저희를 비춘다면 차례로 손을 흔들자고 약속했는데, 호흡도 안 맞고. 영화 한 편을 같이 찍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호흡이 안 맞아요. 하하!”

영화 ‘부산행’에서의 마동석. 사진제공|NEW


● “‘악인전’ 촬영 위해 할리우드 영화 ‘존 윅3’ 거절”

마동석이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칸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 시작은 2016년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한 ‘부산행’부터다.

당시 ‘부산행’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마동석은 칸 현지에 모인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마블스튜디오와의 협업 논의 등 할리우드 진출 역시 칸에서 ‘부산행’으로 얻은 반응에 힘입은 바 크다. 다만 당시 영화 촬영 일정 탓에 칸을 직접 찾지 못한 그가 3년 뒤 또 다른 영화로 마침내 칸 레드카펫에 섰다는 사실은 ‘드라마틱’하다.

마동석은 “‘부산행’이 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개봉 이후 넷플릭스로도 공개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보게 된 것 같다”며 “‘부산행’을 계기로 해외서 나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몇 일화를 꺼냈다.

“외국 프로모션을 갔을 때 필리핀의 작은 섬 보울에서까지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미국에 갔을 때도 저를 향해 ‘부산가는 기차’, ‘기차다!’ 같은 반응을 해줬고요. 하하! 사람들이 자꾸만 저한테 ‘기차’라고 하는 걸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쌓이면서 제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에도 관심을 둔 것 같아요.”

마동석은 칸에서 그동안 해외서 받은 다양한 제안 과정을 비교적 세밀하게 소개했다. 그간 할리우드 진출 등 활동 계획에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칸에서는 여유 있게 관련 이야기를 풀어냈다.

“실제로 ‘범죄도시’ 때도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좋아했고 할리우드에서 미국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하지만 ‘범죄도시’는 한국에서 우리의 시나리오를 통해 시리즈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리메이크 논의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인전’이 칸에 초청된 건 다른 분들보다, 어쩌면 저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어요.”

영화 ‘악인전’에서의 마동석.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마동석은 ‘악인전’ 촬영을 위해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인 ‘존 윅3’ 출연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일화도 털어놨다. “‘악인전’ 촬영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존 윅3’ 쪽에 죄송하지만 출연을 못 하겠다고 전했다”는 설명이다.

칸에서 선보인 ‘악인전’ 역시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영화사 발보아픽쳐스를 통해 미국에서 리메이크된다. 마동석은 “‘악인전’ 리메이크 외에도 다른 제안들이 있고, 여러 영화사와 논의를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도 귀띔했다.

마침 실베스터 스탤론은 ‘람보5’ 등을 소개하기 위해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상태. 둘의 만남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동석은 “일정이 맞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며 “‘큰형님’(실베스터 스탤론)은 ‘악인전’ 리메이크 과정에서 앞으로 수없이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칸에서 3박4일간의 짧은 일정을 소화한 마동석은 분주한 가운데서도 경쟁부문에 초청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만났다. “예전부터 좋아해온 대단한 감독님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오른 게 정말 자랑스럽다”는 그는 “송강호 선배님까지 만났는데, 가깝게 있는 서울에선 보지 못하다가 이렇게 멀리 와서야 뵙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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