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송강호, 함께라서 아름답다

입력 2019-05-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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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오른쪽)-배우 송강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네 번째 동행서 ‘황금종려상’ 대형사고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제 동반자”
봉 감독, 송강호에 수상 멘트 청해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제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님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옆에 선 배우 송강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송강호에 대한 그의 신뢰가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 드러난다.

영화 ‘기생충’은 이들의 네 번째 무대. 공권력이 외면한 시민의 목숨(살인의 추억, 2003년), 미군이 불법 폐기한 화학약품에 의해 자라난 괴물과 그에 맞서는 가족(괴물, 2006년), ‘머리칸’과 ‘꼬리칸’의 불평등을 안고 내달리는 순환열차(설국열차, 2013년)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함을 드러내온 두 사람은 이번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풍자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명실상부한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감독과 배우. 스포츠동아가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100인의 영화전문가를 대상으로 2월 벌인 ‘역대 최고의 작품·감독·배우’ 설문에서도 입증됐다. ‘살인의 추억’이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송강호가 ‘최고의 남자배우’(여배우는 전도연)로 각각 꼽혔다. 봉 감독은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괴물’과 ‘설국열차’도 ‘최고의 작품’에 언급됐다. 그리고 이들은 마침내 세계 영화계의 최고 봉우리에 우뚝 섰다.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1994년 한국영화아카데미 1기 출신이다. 졸업 작품인 단편영화 ‘지리멸렬’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은 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장편 데뷔했다.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독특한 시선과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기법 등을 인정받으며 ‘살인의 추억’으로 다시 현장에 섰다.

그는 소설 ‘천변풍경’ ‘구보씨의 일일’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박태원의 외손자, 1세대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화가인 고 봉상균 선생의 아들, 패션디자이너 봉지희 연성대 교수의 동생 등 예술적 향취 가득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화실을 놀이터 삼았다는 그는 소품 하나하나에까지 의미와 사실감을 부여하는 세밀한 연출로 ‘봉테일’이라 불리고 있다. 작품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시선으로 현실 발언을 대신해온 그는 이제 또 다른 무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14살,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송강호는 무명의 연극배우로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극단 연우무대 등을 통해 쌓은 재능은 1997년 영화 ‘넘버3’와 이듬해 ‘초록물고기’를 통해 스크린에 드러났다. 이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든 그는 “어떤 스타일이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이야기나 인물이 관객에 적확하게 다가가도록” 연기를 펼쳐 왔다.

그런 생각으로 칸에서도 인정받았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전도연, 여우주연상), 2010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심사위원상) 등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늘 성과를 내온 그는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에게 영광을 안겨주며 힘을 보탰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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