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깊고 푸른 밤’

입력 2019-05-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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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깊고 푸른 밤’. 사진출처|한국영상자료원

작가 최인호 원작 개작한 작품
배창호 감독 감각적 시선 호평
화려한 LA…헛된 욕망의 종말
장미희 농깊은 매력 당시 인기

황량한 사막으로 이어지는 협곡에서 거칠게 몸을 섞는 두 남녀. 직후 남자는 여자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짓밟고 돈을 빼앗는다. 그에게는 오로지 새로운 땅에서 정착해 한국에 두고 온 약혼녀와 펼쳐갈 삶에 대한 꿈만이 전부이다. 여자를 내버린 채 야경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로 스며드는 남자.

그가 꿈꾸는 새로운 땅은 아메리카, 미국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남자의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허망한 환상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은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아름다운 바텐더와 위장결혼하지만 끝내 모두가 비극적인 삶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1985년 영화 ‘깊고 푸른 밤’은 이들 남녀처럼 많은 이들이 추종했던 그 허망한 꿈,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실제로 연출자 배창호 감독은 미국 비자를 얻기 위해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 줄지어 선 이들에게서 이야기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그리고 작가 최인호의 원작과 이를 개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연출했다.

극중 안성기가 연기한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잔혹함으로 이내 물거품이 되어버릴 환상의 허망함을, 장미희가 내뿜는 바텐터의 신비하고도 우아한 아름다움 그리고 남자를 향한 사랑은 역시 헛된 욕망의 종말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채우는 광활한 그래서 더욱 황량하고 삭막한 사막과 협곡의 이미지는 화려한 LA의 야경과 대비되며 그 헛되고 허망한 환상과 꿈의 실체를 드러냈다.

‘깊고 푸른 밤’은 1980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데뷔한 뒤 ‘적도의 꽃’(1983년)과 ‘고래사냥’(1984년)에 이어 배창호 감독이 내놓은 작품. 세련되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한국영화의 기운을 선언하듯, 그 이전과는 다른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특히 1980년 9월 이후 방송 출연을 금지당한 장미희는 이후 실제 오랜 시간 미국에 머물며 배 감독의 출연 요청을 받아들였고, 미국 로케이션을 요구했다. 지금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그는 이를 통해 성숙하고도 진한 감성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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