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리뷰] 영화제 출품작은 ‘노잼’ 아닌가요? ‘기생충’은 재미있어요

입력 2019-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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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출품작은 ‘노잼’ 아닌가요? ‘기생충’은 재미있어요

‘칸 국제영화제 출품작’, ‘아카데미 수상 후보’라는 타이틀은 작품을 홍보하기엔 좋은 수식어일지 모르나 국내에서는 절대적인 흥행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왠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30일 개봉된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만나는 것에 기대와 우려가 클 수 있다. 하지만 ‘기생충’은 재미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피자 박스를 접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고개를 들어야 바깥이 보이는 창문에는 취객들이 토하거나 소변을 누는 모습이 보인다. 휴대폰도 남의 집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있어야 겨우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우의 친구가 찾아와 수석을 건네며 자신 대신 과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4수생인 기우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마음에 동생 ‘기정’(박소담)을 시켜 재학생 증명서를 위조시켜 ‘박 사장’(이선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를 시작으로 4명의 가족이 ‘취업’을 하게 되며 ‘기생’을 시작한다.

“‘봉준호’라는 장르”라는 평이 와 닿는 영화다.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생충’은 송강호의 말처럼 “장르의 혼합과 변주가 이뤄진 작품”이다. 시대정신을 장착한 이야기꾼인 봉준호는 현대사회의 극심한 문제가 돼버린 ‘자본주의’의 이야기를 한 ‘장르’에 가둬두지 않은 채 ‘기생충’을 그려나갔다. 웃다가도 심각해지고 왜 분노가 치미는지 공감이 가기도 한다.

표현법도 직설적이다. SF 장르 같았던 ‘설국열차’와 우화 같았던 ‘옥자’와는 다르게 ‘기생충’은 우리가 사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한다. 부자가 사는 저택과 가난한 자가 사는 반지하방의 모습부터 ‘재난’에 반응하는 부자들과 소시민의 모습까지 현실적이다. 또한 ‘기생’하는 자들끼리도 ‘계급’을 나누니 시쳇말로 웃프기까지 하다.

봉준호의 이야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만개한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설국열차’ 등을 함께 한 봉준호와 송강호의 조합은 이젠 지긋지긋할 것이라는 생각을 무색 시킬 정도로 송강호는 또 다른 얼굴을 스크린에 내민다. 또한 ‘기생충’에서 자칭 “분량 담당”이라는 최우식은 극의 처음부터 끝을 책임지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최우식이 부른 ‘소주 한 잔’은 영화의 여운과 함께 기우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노래는 엔딩크레딧에서 들을 수 있다.

이 외에 ‘충숙’역의 장혜진은 상업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배우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을 위해 15kg 체중을 늘리며 열연한 장혜진은 박력있고 다부진 성격의 충숙 역을 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또한 ‘옥자’에서 돼지 목소리를 냈고 카메오로 출연했던 이정은은 ‘미광’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편, 칸에서 공개된 ‘기생충’의 프랑스어 제목은 ‘cherchez l'intrus’(불청객을 찾아라)이다. 영화를 본 자들이 이 의미를 곱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30일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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