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눈물의 인터뷰] “그동안 골프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흐른다”

입력 2019-06-03 1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정은6.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JEONGEUN LEE6’가 새겨진 US여자오픈 우승트로피를 든 이정은을 곁에 두고 사회자가 공식 인터뷰를 했다. 통역을 통해 담담하게 승리의 순간을 복기하던 이정은은 3번째 질문에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골프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흐른다”는 말을 할 때였다. 많은 것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전달하던 통역조차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 골프를 했고 이 순간을 위해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짐작됐다.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상금 백만 달러를 받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지금까지 우승했던 어떤 대회들보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그동안 골프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나서 눈물이 난다.(관중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짐)”


-오늘 경기는 전반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됐나.

“전반에 스윙 리듬이 빨라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이 잘돼서 샷이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첫 번째 홀에서 보기를 했는데 첫 홀에서 보기를 하면 더 경기에 집중하고 결과도 좋은 적이 많아서 기대를 했다.”


-후반 6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았다. 비결은?

“샷 리듬과 퍼팅 리듬을 일정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된 것 같다. 긴장을 하면서 16번 홀부터는 안 됐다.”


-전반보다는 코스가 어려운 후반이 더 좋았던 이유는.

“홀이 지날수록 어려운 홀들이 많아서 끝까지 집중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16번 홀부터 긴장이 많이 됐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치려고 했는데도 실수가 나왔다. 행운이 내게 와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데뷔 첫 우승으로 US오픈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다. 우승소감은.

“일단 LPGA투어에 온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재미있게 투어생활을 하고 있어서 우승 욕심까지는 없었는데 첫 우승이 이렇게 큰 메이저대회여서 가슴이 벅차고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사실 아직까지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정은에게 이번 대회 우승의 의미는.

“지금까지 골프를 너무 힘들게 쳐왔기 때문에 즐기지 못했는데 LPGA 진출이후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즐기면서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항상 승리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즐기면서 노력하는 와중에 이렇게 큰 선물을 얻은 것에 감사한다.”


-마지막라운드를 앞두고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내려오는 전환동작에서의 리듬, 퍼터리듬 등 전체적으로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긴장감이 컸던 마지막 3개홀을 제외한 나머지 홀들에서는 노력했던 부분을 잘해냈기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다.”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던 순간은 언제인가.

“15번 홀 버디에 성공하면서 3타차 선두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남은 3홀만 잘 버티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은6.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대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한국에서 쉬는 주간에 샷과 퍼터 점검을 받았는데, 레슨을 받은 뒤 느낌이 좋아서 지난 대회부터 잘 활용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술적으로 좋아진 부분이 게임에 잘 녹아들며 우승까지 이끌었던 것 같다.”


-멘탈 코칭을 받고 있다는데 어떠한 도움을 받았나.

“약 1년 가까이 멘탈 코치로부터 코칭을 받고 있다. 작년 초반에 경기가 안 풀렸을 때 풀어나가는 방법들에 관해 많은 방법을 얘기해 주셨다. 그 덕분에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최근에는 긴장 상황에서의 컨트롤 방법에 얘기 해주셨다. 오늘도 경기 중에 그 방법을 활용했고 큰 도움이 됐다.”


-미국생활과 LPGA투어에 잘 적응하는 느낌인데 배경은.

“LPGA투어 생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고 들었다. 다행히 가리는 음식이 없고, 잠을 잘 자는 편이다. LPGA투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잘 준비해주셨다. 동행하는 전담매니저와도 잘 맞는다. 편안하게 친구와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투어생활을 하고 있는 부분이 투어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주 생일에 이어 우승까지 했다. 생일파티는.


“파티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 소속의 유소연 언니가 생일케이크를 클럽하우스 내 라커에 넣어 깜짝 축하를 해주셨다. 동행하는 매니저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며 간단하게 생일 촛불을 불었다. 우승 샴페인도 직접 뿌려주시고 덕분에 너무 행복한 한 주였다.”

-앞으로 일정은.

“오늘은 일단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쉬고, 다음 대회인 숍 라이트에 출전하기 위해 내일 뉴저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이 경기를 보고 계셨을 텐데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나보다 팬과 엄마, 아빠가 더 긴장을 하셨을 것 같다. 이렇게 우승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