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사투리 고증과 대사 전달 고심…‘녹두꽃’의 숨은 노력

입력 2019-06-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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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때부터 방언 연구자 도움 받아
자문 선생님 녹음본까지 준비 철저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혀도 되겄는가? 그네를 밀어주고 잡구마.”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주인공 조정석이 한예리를 향해 털어놓은 고백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애절한 감성을 담아내며 화제가 됐다. 이처럼 ‘녹두꽃’은 완성도 높은 전라도 사투리 대사로 드라마 보는 맛을 더한다.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호평도 이어진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발아한 전라도 고부(현재 정읍시)를 중심 배경으로 삼고 있다. 조정석, 박혁권 등 주요 등장인물들이 고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필수다. 고부는 지리적으로 전라북도에 속한다. 하지만 억양이 거센 전라남도 사투리가 드라마에 더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연출자 신경수 PD는 “최대한 지역적 감수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면서 “극중 등장인물들의 출신 지역 설정에 따라 두 지역의 사투리를 혼용하지만 비교적 전라남도 방언의 억양이 일반에 친숙하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전라도 사투리에 능숙한 ‘자문 선생님들’의 도움을 얻고 있다. 이들이 직접 녹음한 대사를 연기자들에게 전달한다. 연기자들은 이 녹음본을 기초로 대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신 PD는 “현장에 때때로 이들이 나와 어려운 사투리 대사를 지도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문 선생님들’ 가운데에는 호남 출신 연기자들도 있다. 극중 채씨 역을 연기하는 전남 목포 출신 황영희와 남서방 역의 정선철 등이 주역이다. 이들은 호남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사투리 연기로 인정받아온 만큼 동료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쏟아낸다.

‘정도전’으로 이미 사극을 경험한 정현민 작가의 집요함도 빼놓을 수 없다. 신 PD는 “정 작가는 제작진도 ‘이게 무슨 뜻이지?’ 싶을 정도로 현실감 높은 사투리를 치밀하게 담아낸다”며 “이를 위해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라북도 방언 연구자들에게서 규칙성, 발음 등에 관한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연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발화하는 사투리야말로 ‘녹두꽃’의 정수라 할 만하다. 신경수 PD는 “결국 사투리 대사를 소화하는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빛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정석을 비롯한 모든 연기자들이 완성도 높은 사투리 연기를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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